지난 5월에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40억달러를 넘어섰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불안한 환경에서도 두 달 연속 40억달러 초과, 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다. 수출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긴축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각국의 출구전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기침체로 유럽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다 원화강세와 유로화 약세의 환율 파고가 예고돼 있고 주요 수출국인 신흥국들은 기술무역 장벽을 높이는 등 수출여건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을 유지하면서 소비재 수출을 늘리고 인도ㆍ아프리카 등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가격이 아닌 브랜드로 승부하기 위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함께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394억8,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9%, 수입은 351억2,000만달러로 50.0% 증가해 43억6,7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품목별로는 자동차부품이 87.3%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고 반도체 81.0%, 자동차 70.2%, 액정 디바이스는 36.8% 늘어난 반면 무선통신기기는 29.2% 줄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한 것은 중국이 8.7% 성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8%로 4분의1을 넘었다. 중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 미만에서 20년 만에 25%로 높아졌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29.8%에서 10.6%로 3분의1로 줄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심해진 상황에서 중국이 하반기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하반기에 긴축정책을 쓰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면 우리나라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간재 수출은 많지만 소비재 수출 비중은 6%에 불과한 만큼 중국 소비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무역 장벽도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은 물론 인도ㆍ아프리카 등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신흥국들이 기술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통보한 기술규제는 200건을 넘었다. 제정 또는 개정된 기술규제 가운데 평균 10~30%만 공식적으로 통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기술규제 건수는 1,000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기술규제가 줄어들고 있지만 중동ㆍ동남아ㆍ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기술규제 건수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1,100건을 웃도는 등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비도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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