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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지속 단정일러
입력2002-06-23 00:00:00
수정
2002.06.23 00:00:00
한일 양국이 아시아 지역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월드컵 개최가 양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하듯 양국의 통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빠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달러화 약세가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한일 양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현재 달러화는 대다수 아시아 신흥시장 통화에 대해 연초 대비 약 3~4% 정도 하락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 7%의 절하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달러화는 상당히 고평가된 것으로 여겨졌다. 9ㆍ11 테러사태 이후 미국경제의 성장세는 급속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제자본은 달러화 자산을 선호했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상황에서 미국경제의 추락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고 미국과 아랍권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가 적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사태 이후 미국경제가 주춤하는 동안 다른 주요국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달러화 고평가 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유입됐던 국제자본이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위험이 제거되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경기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국제자본의 미국이탈은 더욱 가속화했다.
올 4월 중 미국의 실업률이 6.0%에 이르러 지난 9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현재 미국의 기초 경제여건이 그리 견실하지 못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증시도 1년 전보다 약 30% 정도 하락하면서 미국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불확실한 기초 경제여건과 아울러 불투명한 기업회계도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시장을 외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엔론 스캔들로 시작된 미국의 분식회계 파동은 타이코인터내셔널 등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미국기업 전반에 대한 회계불신을 키워왔으며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그 배경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1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1%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더욱 확대돼 GDP의 약 5%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이후 견실한 성장세에 힘입어 민간소비 및 투자가 증가하면서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급증한 결과다. 달러화 약세는 이러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달러화 약세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전반에 걸쳐 미국의 안정적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신경제 패러다임의 유효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2년 1ㆍ4분기 현재 미국의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 대비 8.6%나 증가해 유럽ㆍ일본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통해 민간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머지않은 시기에 미국의 성장세 회복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을 암시하며 그렇게 되면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순환과 연관지어보더라도 달러화의 강세 재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 사이 미국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였던 시기에 유럽과 일본의 경기는 바닥국면을 맴돌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회복세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 및 일본경제는 바닥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기순환이 유럽과 일본의 경기순환을 약 6개월 정도 선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럽 및 일본의 성장세가 경기순환적 요인에 의해 다시 둔화되고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달러화는 강세기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향방과 관련해 경상수지 적자라는 약세요인이 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하면 달러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생산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미국경제의 회복은 투자심리 호전을 통해 국제자본의 대미국 투자를 촉진시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규모라는 시장의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해왕<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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