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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亞금융허브 위상 흔들
입력2003-06-10 00:00:00
수정
2003.06.10 00:00:00
최윤석 기자
홍콩 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상장 기업들의 자발적 상장 폐지가 속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 주식시장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위상 저하는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의 부상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증시는 그 동안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장기간 투자도 안정적이어서 홍콩 내 기업들 뿐 아니라 주변 국가 기업들과 투자자들 모두에게 인기가 높았었다.
10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올들어 11개 홍콩 증시 상장 기업들의 주주들이 상장돼 있는 회사 지분 전부를 사들이겠다며 회사의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이중 그랜드호텔과 윈톤홀딩스, 리얼리티디벨롭먼트 등 3개 기업은 상장폐지에 대해 주주들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SIIC 메디컬 사이언스, 타이 핑 카펫 등 6개 기업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핸더슨 인베스트먼트와 e선 홀딩스는 주총에서 상장폐지안이 부결됐다. 주주 표결을 앞둔 6개 기업들이 모두 상장폐지 될 경우 이로 인해 감소하는 홍콩 증시의 규모는 85억7,000만 홍콩달러. 이는 올해 신규 상장한 17개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 46억7,000만 홍콩달러를 두 배 가까이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상장폐지가 늘고 있는 것은 증시 불황이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장부가 이하로 하락, 주식시장이 더 이상 기업들의 자본조달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주가 하락으로 자사 주식 매입을 위한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낮게 형성돼 있는 시중금리로 초저금리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전체 회사 지분 확보를 통한 상장 폐지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상장 폐지가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증시 규모도 작아지면서 홍콩 증시가 더 이상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장 폐지 움직임이 펀더멘탈이 좋고 브랜드 네임이 있는 기업들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의 부상도 홍콩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실제로 상하이인더스트리얼홀딩스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의료제품 제조 부문인 SIIC 메디컬 사이언스를 상장폐지 한 다음 중국 상하이 A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인베스텍 자산운용 아시아의 스튜어트 알드크로프트는 “최근 기업들의 상장 폐지 움직임은 우려할 만하다”며 “"홍콩 주식시장이 기업 공개한 직후 얼마 안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상장폐지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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