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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 명분·여론지지 노려

"임금동결 대신 처우개선" 가장 현실적 해법 인식도

금융권 노조가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감수하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노조측은 우선 상대적 고임금과 경기부진 등을 고려해 무리하게 임금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편이 명분도 있고 여론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한국 노동시장 최대의 불안요인’으로 잠복해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더이상 덮어두기 어렵다는 노동계의 절박한 현실인식도 깔려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금융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른 산별노조에 비해 그 비중이 높은데다 임금격차도 워낙 커 해법을 빨리 찾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내부 저항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금융산업노조는 이미 지난 3월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동결을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노사대타협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일부 산하노조의 반대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두 달여 만에 일부 대형 금융기관 노조지부 차원에서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아직 금융산업 노조 전체가 움직일지는 불투명하지만 그 파장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부가 정규직 임금동결을 통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을 내놓아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공동 임단협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각 지부가 내놓은 방안을 산별노조에서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 임금동결은 비정규직 문제의 유일한 해법 인식=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일 뿐 아니라 노동계 내부적으로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노사정 지도자회의에 비정규직 대표를 포함시키려는 것도 더이상 그들을 노사문제에서 배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이 바로 ‘정규직 임금억제를 통한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게 일부 금융권 노조의 판단이다. 노동문제 전문가들도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달 7일 올 노사문제의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 도입방식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금융노조협의초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비정규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100만원으로 정규 근로자 201만원의 50%를 밑돌고 있다. 금융노조협의초안은 앞으로 10년간 정규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최대한 억제하되 비정규직의 임금상승률을 연 10%대로 유지해 임금수준을 정규직의 84.7%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규 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을 억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모든 근로자에게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하며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큰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공정한 원ㆍ하청관계도 설정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 상대적 고임금 등도 부담=이성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올해 경제사정이 어려워 임금인상률은 기껏해야 3%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며 “차라리 이 돈을 받지 않고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대의에도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리은행 노조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공적자금 투입은행’ 이라는 딱지가 부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조측은 ‘대타협안’을 제시해 은행과 합의함으로써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여론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관리공사도 우리은행과 비슷한 입장이다. 최근 공적자금 관련 비리혐의로 회사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노조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 임명배 자산관리공사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7월 400명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노조에 가입시켰다”며 “상대적인 약자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노조의 당면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차별성 부각될 듯=개별 금융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주5일제 시행 이후 임금보전과 연월차휴가 보장을 요구하며 노사간에 공방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 노조와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의 핵심관계자는 “금융노조 안에서도 최근 대기업 노조의 요구들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기업 노조와 차별화 해야 노조원뿐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작된 금융권 공동 임단협에서도 금융노조는 대기업 산별노조와는 다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연월차 문┫?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며 “대신 체력단련 휴가 등 기존에 있다가 사라진 부분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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