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슈추적] 텔레마케팅의 그늘
입력2003-08-24 00:00:00
수정
2003.08.24 00:00:00
박태준 기자
카드사와 백화점, 홈쇼핑회사, 인터넷 포털…. 분명 다른 업종의 회사들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보험판매 대리점이다.
카드사와, 백화점, 홈쇼핑 회사 등이 보험판매 대리점까지 겸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개인고객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만 혹은 수십만명의 개인정보가 보험사 텔레마케팅 영업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이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이 회사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자사의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현행 규정상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여기 보험회사인데요. 저희 회사에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상해보험이 새롭게 출시 됐거든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최근 보험사의 TM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 그런데 한번도 가입한 적이 없는 보험사가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방법은 보험사가 양질의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회사를 자사의 보험판매대리점으로 등록시키는 것. 보험사는 영업에 활용가치가 있는 다량의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회사와 접촉해 그 회사를 자사의 보험판매대리점으로 등록시킨다. 법인이 보험판매대리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모집인 자격이 있는 직원 4명 이상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자사 모집인을 파트너 회사에 취업시키는 방법을 주로 활용한다. 사무실 임대나 텔레마케터 모집 등 TM을 위한 각종 사전 준비도 보험사 몫이다. 결국 파트너 회사는 자사의 고객정보만 보험사에 제공하면 되는 셈이다.
TM을 통한 수익은 보험사와 판매대리점인 파트너 회사가 적당한 비율로 나눠 갖게 되는데 정보의 질이 좋으면 좋을수록 판매대리점의 수익은 많아진다. 더욱이 일부 판매대리점의 경우 이런 절차 없이 고객정보를 불법 구입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TM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대리점들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돈을 주고 산다는 얘기는 종종 듣고 있지만 대리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단속이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감독당국 감시체계도 허술=보험업계는 이 같은 TM영업에 대해 현재 법규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당한 영업이라는 입장이다. 돈을 주고 고객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한 TM팀장은 “판매대리점으로 등록한 파트너회사에서 받는 정보도 이름과 전화번호, 생년월일과 직업정도라며 이 정도를 개인정보 유출로 보기는 어렵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사에 제공되는 정보의 수위를 떠나 개인의 신상이 금융회사의 영업자료로 쉽사리 제공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회사가 보험판매대리점을 하는 것은 사실상 편법으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TM으로 체결된 계약은 계약자에게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 체결된 것이 많아 민원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보험판매대리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체계가 허술하다는데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돼 있는 보험판매대리점은 생보 7,380개 손보 5만9,174개 등 총 5만9,174개. 그러나 금감원은 이중 다른 업종이면서 보험판매대리점을 겸업하는 곳이 몇 개인지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이 보험판매대리점을 겸업하는 것이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도 별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보험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판매대리점과 보험사간의 거래에 불법적인 것은 없는지 등에 대한 집중적인 감독과 고객정보를 보험판매와 같은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텔레마케팅 기법
전화로 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팅(TM) 영업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각종 광고를 통해 자사 TM센터 전화번호를 알린 후 자발적인 가입을 유도하는 인바운드(Inbound) 영업과 확보된 개인정보를 기초로 텔레마케터들이 직접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Outbound)영업이 그 것. 이중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는 것이 바로 아웃바운드 영업이다. 보험사는 물론 일부 저축은행이 대출영업에 이 아웃바운드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동산중개업소도 전화로 개발 지역의 토지 원매자를 찾고 있다.
<박태준기자,김홍길기자 what@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