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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
입력2004-04-26 00:00:00
수정
2004.04.26 00:00:00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주택거래신고제가 26일부터 실시됐다. 주택을 사고 파는 일을 15일 만에 해당 구청에 신고를 해야만 한다는 것. 정부 정책이란 대게 선량하게 법을 따르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만 골탕을 먹이는 듯하다.
이제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언제까지 소비자들은 정책의 중심이아니고 ‘봉’이 돼야 하는가. 이제는 자기 집을 사고파는 데도 신고를 해 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높은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집도 마음대로사고팔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보통 시민들이 집을 사고파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이 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을 늘려가기 위해서 기존의 집을 파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학군 따라 이 사하기도 하며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집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이 집을 내놓을 때는 큰 돈이 다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량한 시민들은 부동산 투기대열에 끼고 싶어 도 자금이 부족해 하지를 못한다. 부동산 투기로 시장을 어지럽힌 주범은이미 한탕 하고 사라진 후에 선량한 시민들만 골탕을 먹는 셈이다.
아파트 공급제도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공급자 위주로 짜여져 있다. 소비자 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선 분양제도 아래서 주택 업체들은 계약금ㆍ중도금 등의 명목으로 소비자의 돈을 미리 받아 아파트를 지어왔으면서도 분 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다반사 다. 더구나 이들 기업은 대지 가격과 건축비, 그리고 기타 사업비용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분양가격이 적당한 것 인지를 판단할 합리적인 기준을 찾기 어렵게 됐다.
이번 4차 서울 지역 동시분양 아파트들의 분양가 평가과정에서 기업들이 제시한 아파트 분양가 설명자료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불성실한지를 알 수 있다. 자료를 보면 대지비를 건축비에 포함시킨다든지 건축비에 포함된 소 요 비용의 비율이 순수 건축비와 비교해 28~50%를 차지하는 등 어처구니없 는 내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조합운영비는 월간 보통 1,000만원으로 적용기간이 36개월 미만 이다. 그런데 자료에는 월 2,000만원으로 운영기간이 70개월로 책정돼 있는 것이다. 세무회계 수수료도 800가구 규모의 사업에 4,000만원 정도인 것이 일반적인데도 3억원으로 과도하게 책정돼 있다. 25평형의 평당 건축비와 40평의 평당 건축비가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를 소비자들은 알 고 싶다는 것이다. 기업은 왜 공급면적에 따라서 평당 건축비가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줄의무가 있다.
또 금융비용은 왜 그리 높게 책정한 것인가. 민간 주택업체들이 제출한 평 균 금융비용은 평당 56만원으로 SH공사(기존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보다도3배나 높다. 심지어 대출금 101억원의 이자로 25억원을 책정한 비상식적인 경우도 있었다. 20가구를 일반 분양하는 데 드는 분양 경비가 세대당 3,700만원인 경우는 또 어떠한가.
기업의 분양가 부풀리기 행태는 만성적인 고질병처럼 개선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더욱 치밀해지기도 한다. 증명할 수 없는 증빙자료는 아예 첨부하지도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자료만 첨부한다. 건축비 원가 공개요구에 기 업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엄살을 떤다. 영업비밀이라고도 한다. 원가공개 의 원칙이 정해져 항목 선정이라든지 그 기준만 마련되면 얼마든지 기술적 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3당이 모두 원가공개에 대한 부동산 정책을 언급했고 공 공 부문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니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만 마련하면 된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은제발 소비자 중심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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