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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확보' 국가충돌 화약고 300여곳
입력2001-03-21 00:00:00
수정
2001.03.21 00:00:00
인구폭발·환경오염으로 고갈심화-국제협력 통합관리 체계등 절실
"전세계 300곳 이상이 물 부족으로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빚을 잠재 위험지역이다".
22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세계수자원위원회(WCW)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위생적이고 풍부한 물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21세기 지역 및 국가간 분쟁이 심각해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수자원부족 추세가 이어질 경우 중동이나 아프리카처럼 이미 물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대륙 등 전세계가 일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 에너지, 영토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여왔던 인류가 이제는 필요한 물을 차지하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폭발적인 인구증가, 환경오염, 낙후된 수질관리체계 등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61억 지구촌 주민가운데 6분의 1 가량인 10억명이 노상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을 제거한 위생적인 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구는 세계적으로 '혜택받은 60%'에 불과하다.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을 얻지 못해 해마다 340만명 가량의 인류(대부분 어린이들)가 수자원 부족과 수인성 질환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정보통신혁명을 구가하고 있는 21세기 인류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의 1인당 물 수요량은 4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인구증가가 17%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물 수요는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각종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수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WCW는 인류의 수자원관리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국가별, 지역별로 필요한 물을 그때그때 확보하는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는 수자원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자원을 희소자원으로 인정하고 국가ㆍ지역의 경계를 넘어 통합관리하는 전체주의적(holistic), 체계적 관리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WCW의 제언이다.
도시생활, 농업, 산업 등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으레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이는 필요에 따라 개발만 하면 깨끗한 물을 언제나 필요한 양 만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ㆍ도시화에 따라 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역에 따라 이미 도래했거나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공기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부족해지자 지구촌은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의 확보 역시 인간 기본권확보 차원에서 국가ㆍ지역의 경계를 넘어 통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협력의 증대와 함께 투자자금의 확보도 절실하다. WCW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수자원확보와 보호를 위해 투자된 금액이 약 900억달러였지만 올해는 최소 2배 수준인 1,8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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