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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사는 박신홍(65)씨는 얼마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근 두 달간 박씨를 포함해 3명의 가족이 사용한 전기요금이 '2,2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본료만 나온 셈이다. 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의 시범가구로 선정돼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 덕천리의 조영미(44)씨는 요즘 아이들에게 PC나 TV의 '전원 플러그를 뽑으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소켓의 전원을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전기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구좌읍 일대 600가구(향후 6,000가구로 확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시스템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통제, 공급자와 수요자 간 양방향 통신을 통해 전력망의 운영효율을 최적화하는 미래형 전력시스템을 말한다. 제주 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 사업에는 모두 2,40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 미래의 지능형 전력 사회의 모습을 구현한다. 실증사업은 내년 5월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오는 2013년 5월까지 진행된다. ▦스마트계량기를 장착한 가정이나 빌딩에서의 전력 이용 ▦전기차 운영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전력망 연계기술 ▦첨단화된 미래형 전력망 구축 등이 시범운영된다. 관련 시설물로는 체험관과 시범가구, 그리고 통합운영센터(TOC) 등이 있다. TOC의 경우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증단지 전체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5분, 1시간 단위로 바뀌는 실시간 요금 변동도 나타내준다. 9일 문을 여는 스마트그리드 종합홍보관은 1만㎡ 부지에 '녹색도시를 만드는 똑똑한 전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테마로 구성됐다. 스마트그리드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다양한 쇼케이스와 체험관, 그리고 전시물 등으로 꾸며져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스마트 전력망, 전력시장, 소비자, 운송 및 신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168개사로 구성된 12개 컨소시엄이 참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섰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은 "이 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라며 "앞으로 관련 기술과 사업의 상용화와 수출 산업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2015년께가 되면 현재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들이 실제 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앞으로 스마트그리드가 활성화되면 전기소비자가 태양광이나 풍력을 통해 자가발전해 실시간으로 전기를 사고파는 '프로컨슈머(ProConsumer)'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엄찬왕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은 "스마트그리드 시대에서는 스마트계량기를 통해 가정과 빌딩의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고 소비자가 생산 및 저장한 전력을 전력사에 역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업계는 스마트그리드기술 체험과 글로벌 정보 교류 활성화를 위해 8일부터 일주일간 제주시에서 '한국 스마트그리드 주간'을 처음으로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ㆍ유럽 등 실증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이 참여해 국제콘퍼런스를 열고 국제 스마트드리드 기술표준 포럼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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