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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장의 힘
입력2000-07-26 00:00:00
수정
2000.07.26 00:00:00
[기자의 눈] 시장의 힘시장의 힘은 무섭다. 얼마 전 있었던 은행노조의 파업사태 당시 시장은 파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은행들을 외면하고 非파업은행 쪽으로 자금을 몰아줬다. 또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이처럼 냉정하고도 가혹한 시장때문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시장의 힘」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상당히 이중적이다. 은행노조 파업 때는 시장의 힘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한 측면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를 만들어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번 현대사태로 접어들어서는 시장의 힘을 「금융권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노조 파업 때는 시장은 냉정하다고, 또는 냉정해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다시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시장에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목적은 물론 둘 다 「시장전체의 안정」에 있다.
그러나 시장 이기주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으로 지목받고 있는 종금사들은 정부의 이같은 「이중잣대」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눈치다. 종금사뿐만 아니라 다른 2금융권 기관들도 대개 마찬가지다.
종금사들은 기나긴 구조조정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여전히 퇴출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의 힘에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고 내년 예금자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없는 돈도 끌어와야 한다.
실제로 종금사들은 현대는 물론이고 누구든 시장에 조금만 이상한 소문이 떠돌면 가차없이 여신을 중단하거나 회수한다. 여기에는 지난해 대우그룹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말보다는 시장의 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우리도 시장이 무서운데 누구를 탓하겠냐』고 반문한다. 또다른 관계자도 『은행들은 덩치나 커서 공적자금 지원을 받거나 노조파업 덕택에 손실을 일정부분 보상이라도 받는데 우리는 여차하면 가차없이 퇴출대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당할 만큼 당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종금사들은 과연 시장의 힘에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진우기자(금융부)RAIN@SED.CO.KR
입력시간 2000/07/2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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