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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세영 명예회장 1주기 현대家 사람들 모였지만…

분위기 서먹…서로 눈길 피해<br>정상영명예회장 현대重 연대설에 "잘모르겠다"<br>현정은회장은 "정몽준의원 만나고 싶다" 밝혀

현대중공업 측과 현대상선 지분을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에 있는 현정은(오른쪽) 현대그룹 회장은 19일 범(汎)현대가가 모이는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먹한 분위기 속에 눈길 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1주기를 맞은 현대가(家) 사람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간의 냉랭한 기류를 염두에 둔 듯 한결같이 가족간의 살가운 눈빛이나 표정을 나타내거나 담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19일 현대산업개발은 고 정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오전과 오후 각각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추모식 및 기념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과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범현대가 그룹 오너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직접 마주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현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당일 오전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을 이유로 모든 행사에 불참했다. 현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정 의원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으나 정 의원 대신 행사장을 찾은 부인 김영명씨와는 한때의 친분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현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정상영 명예회장 역시 상대를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뜻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 갈등의 주변에 있는 현대가의 다른 오너들 역시 어느 한편에도 서지 못한 채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대상선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그룹간 갈등에 대해 “모두가 잘되는 쪽으로 해결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중립에 설 것임을 시사했다. 현대상선의 또 다른 주주인 현대해상화재의 정몽윤 회장 역시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느 편에 서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고개를 가로 저어 중립임을 강조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역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상선 지분 매입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가의 오너들이 이처럼 상반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우호세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 측이 되도록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현대그룹에 유리하도록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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