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은행들도 대출 꺼려 죽을맛" 줄도산 우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겨우 충당업황전망도 넉달째 하락세 이어져"은행 모니터링 강화 필요" 지적도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경기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와서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기 시화공단에서 PCB 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이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대외환경 악화로 영세 중소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경영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우려했던 중소기업발 신용위험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고유가 등 대내외 여건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사롭지 않은 중소기업 경영환경 악화=인천 남동공단의 금형업체 C사장은 “대기업들이 공급물량도 줄이면서 단가인하까지 요구해 수익성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몇몇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며 “그나마 주거래은행과의 오랜 거래 덕택에 긴급경영자금을 대출받아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4년 4.9%에서 2005년 4.4%, 2006년 3.1%로 추락했으며 지난해 3ㆍ4분기에는 2.5%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인 이자보상배율은 ‘급강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2004년 중소기업 이자보상배율은 4.1%로 대기업(4.2%)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05년에는 3.3%, 2006년에는 2.3%로 하락했고 2007년 3ㆍ4분기에는 1.3%로 주저앉았다. 한마디로 영업이익으로 겨우 이자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재고가 증가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간 중소기업은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산업생산이 꾸준히 늘었고 재고도 거의 없어 근근이 경영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 중소기업 연체율이나 어음 부도율 등이 안정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체율 상승 등의 가능성이 다분 하다는 의미다. ◇“자금 회전이 어렵다” 호소하는 중소기업=이처럼 경영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E사장은 “중국산의 시장잠식으로 재고가 갈수록 쌓이면서 고민이 심하다. 거래은행에 대출을 신청해도 거절을 당해 일단 정부 정책자금을 신청해놓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40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2월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 HI)는 87.4로 지난달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4개월째 이어진 것. SBH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 전망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금융지원이 가장 절실한데 금융권은 너무 단호하게 나오는 것도 문제”라며 “은행들이 정작 현장에서는 대출을 꺼리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생산력까지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관리, 적극적으로 나서야=금융감독 당국의 공식 발표 지표로는 중소기업발 신용위험 증가 및 자금난 심화는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1% 미만이고 10건 중 8건가량이 대출 만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경우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공격적 대출 자제, 위험관리 강화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세계적인 신용경색 여파로 은행에서 자금회수를 강화할 경우 한계 중소기업들이 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발 금융불안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2007년에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증가시킨 국민(증가율 36.5%), 신한(32.2%), 경남(30.7%), 외환(30.1%)은행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 등 대외환경 악화 속에서 전체 산업생산은 대기업 덕에 크게 하락하지 않겠지만 중소기업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발 신용위험이 촉발되지 않도록 더욱 강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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