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후보지 선정을 놓고 지역간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일각에서는 중앙정부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혁신도시에 대한 ‘환상’만을 심어줘 지방 군소 도시끼리의 도가 넘는 유치경쟁을 초래한 데다 후보지 평가권한을 광역시ㆍ도에 일임한 것이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만형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지역간 극한갈등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혼란의 책임이 큰 중앙정부가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혁신도시의 강점만 부각시켰을 뿐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약점이나 위기요인은 숨겼다”며 “탈락한 지역을 ‘떡고물’로 달래려는 사후처리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초 9개 광역시ㆍ도에 혁신도시 1개씩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가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할 공공기관의 규모와 지방 여건을 고려할 때 권역별로 3~4개 도시를 선정해 힘을 집중하는 게 나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지역전문가는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지방에 스스로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는 옳았다”면서도 “후보지 난립에 따른 소모적 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진입장벽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컨대 혁신도시 추진에 걸맞는 최소 인구규모와 접근성 등의 조건을 자격요건으로 걸었다면 부적격 도시를 사전에 걸러내 갈등을 최소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현재의 혼란상황을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겠다고 너나없이 덤벼드는 모양새”로 진단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측은 “혁신도시 선정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은 사전에 예견됐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며 사후 갈등 봉합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희국 건교부 공공기관이전추진단 기획국장은 “후보지 선정이 7~8곳 정도 이뤄지면 혁신도시의 성과물을 지역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균형발전위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도시에서 걷히는 지방세와 정부 지원금을 탈락 지역에 배분하고 국책 개발사업도 우선 배정하는 등의 당근을 제시해 불만을 달랜다는 전략이다. 김 국장은 “중앙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거나 주도했다고 해도 현재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혁신도시는 한쪽을 취하면 다른 쪽은 버려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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