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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요람' 전문대 枯死위기

학력 인플레로 신업생은 줄고 중퇴율은 늘고 <br>4년제 대학에 밀려재정지원도 미흡<br>재정 악화→

교육의질 저하 악순환

전문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 전문대는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진 199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가 2000년대 들어 감소세다. 1990년 117개였던 전문대는 2000년 158개까지 늘었다가 현재 145개로 줄었다. 대학구조개혁작업의 일환으로 2005년 이후 국ㆍ공립 20개, 사립 14개 등 총 34개 대학이 17개로 통폐합됐는데, 사라진 대학은 대부분 전문대다.

전문대 감소는 우리사회의 학력 인플레와 무관하지 않다. 1990년 107개이던 4년제 대학이 지난해 177개로 크게 늘면서 전문대에 진학할 학생들이 대거 4년제로 이동한 것이다.

전문대 위기는 대학 수의 감소에 국한하지 않는다. 2007년 92.2%까지 상승했던 신입생 충원율이 2008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90.4%에 그쳤다. 지방 사립 전문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84.5%까지 떨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문대 재학생의 중퇴율이 8%대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1990년 2.6%의 전문대 중퇴율은 2001년 5%대를 돌파한데 이어 2008년 8.3%를 기록했다. 재적학생 100명 중 8명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다는 얘기다. 올해 입학한 지방 전문대를 휴학하고 4년제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고 있는 정모(20)씨는 "전문대 취업율이 높긴 하지만 아무래도 4년제대 졸업생과 급여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된다"면서 "학과 동기들 중 상당수는 재수해도 안되면 편입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입생 충원율 하락과 중퇴율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운 전문대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켜 교육내용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게다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전문대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문대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이색학과 개설 등 차별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가 유망 학과를 개설하면 4년제 대학이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적지 않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4년제 대학 위주여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전체 대학 진학자의 43%가 전문대에 진학하는데, 정부의 예산 지원은 4년제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현 2~3년인 수업연한을 1~4년으로 다양화하고, 재정 지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전문대는 결국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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