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투자회수율이 60%대로 급락한 이유는 능력을 벗어난 무모한 투자와 성과를 내기 위한 성급한 투자로 요약된다. 지난 1980~1990년대 저유가 시대에 사놓은 알짜 광구들이 유가상승으로 짭짤한 수익을 내면서 투자회수율이 94%까지 높아지자 정부와 기업들이 자신감을 등에 업고 무리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자주개발률 목표를 높여 잡았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규모를 큰 폭으로 늘렸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자만심으로 우리나라 기술수준에 맞지 않는 심해광구를 매입하고 한방에 자주개발률을 높일 수 있는 대형 탐사광구 투자를 늘리는 악수를 둔 셈이 됐다. 투자는 번번이 실패했고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만큼 회수가 쫓아오지 못하면서 수익률이 급락하게 됐다. 대규모 투자확대에 힘입어 자주개발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투자규모에 비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실패를 거울 삼아 성급한 외형확대보다는 시간을 두고 수익성을 점검해가면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투자회수율 94%까지 상승=1977년 우리나라가 첫 해외자원 투자를 시작한 후 연 투자규모가 1조원을 넘는 데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나 2005년 1조원을 넘어선 후에는 투자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5년 후인 올해는 120억달러, 13조원을 훌쩍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베트남 15-1유전과 인니 파시르 유연탄광 등에서 생산이 시작되면서 투자 대비 회수율이 94%까지 높아졌다. 정부와 기업들은 몇 년 안에 투자비를 전액 회수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외환위기로 위축됐던 해외자원개발에 본격 나섰다. 이후 투자가 확대되면서 자주개발률도 높아졌다.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은 2005년 4.1%에서 2008년 5.7%로 상승했다. 그러나 자주개발률 1.6%포인트를 높이기 위해 투자된 금액은 131억달러에 달한다. ◇투자는 120억달러까지 확대, 회수율은 60%대로 급락=정부와 기업들의 기대와 달리 누적 투자회수률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5년 94%였던 회수율은 지난해 상반기 67%(전체)까지 낮아졌다. 석유ㆍ가스 분야는 72%, 일반광물 분야는 53%로 하락했다. 회수율 하락은 미회수 투자금액의 증가로 이어진다. 석유ㆍ가스 분야에 대한 누적 투자규모는 2005년 61억6,200만달러에서 2009년 상반기에 161억1,8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미회수 투자규모도 1억5,000만달러에서 44억6,900만달러로 확대됐다. 일반광물 분야도 누적 투자규모가 같은 기간 21억2,800만달러에서 53억달러로 늘어나면서 미회수 투자금액이 3억1,000만달러에서 24억8,9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실패 위험 높은 탐사광구 대신 생산ㆍ개발광구 투자 늘려야=2005년 말 현재 석유ㆍ가스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65개였다. 이중 절반인 33곳이 위험성이 높은 탐사사업이었다. 생산사업은 38%인 25개, 개발사업은 11%인 7개에 불과했다. 탐사사업은 메이저 석유기업들도 성공률이 30%를 밑돌고 국내 기업들의 경우 성공률이 20%도 안 되는 위험한 분야다. 문제는 성공률이 낮은 탐사광구 비중이 계속 늘어났다는 데 있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석유ㆍ가스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 173곳 중 64%인 111곳이 탐사사업이다. 생산광구는 46곳, 3.5%에 불과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탐사광구에 매달린 이유는 생산광구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에 매장량을 확보하고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기술력이 선진국의 40~60%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해외 메이저 기업들도 투자를 꺼리는 탐사광구 개발에 나선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자주개발률 목표를 당초 9.1%에서 10% 이상으로 높였다. 기업들이 투자규모를 12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원개발 지원,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과 함께 투자회수율 목표도 함께 제시하는 등 기업들의 전략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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