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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과학기술자상] 이상엽교수의 연구세계

"박테리아를 괴롭히는 것 아닙니까?" 묻긴 했지만 어설프다. 세균 같은 것에 무슨 인격 같은 게 있다고.이상엽 교수는 어설픔을 감춰줬다. "박테리아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가축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기르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이용,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얻는 것이죠." '박테리아 공장'의 최고 설계자인 이상엽 교수. 그는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제조 공정을 더욱 개선, 효율을 높이는데 매달린다. 이 교수는 또 공장장이기도 하다.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엔지니어로서의 마인드가 그의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다. 미생물 공장은 여러 모로 이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언젠간 없어질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와는 달리 영원히 재생 가능한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썩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은 완전히 분해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화학 공학적인 기법으로 만든 물질에 비해 인체와 잘 어울려 의료용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화학 회사인 듀퐁에 주목한다. "듀퐁은 50년을 주기로 회사를 변신해 나갔다. 화약회사로 한창 잘 나가던 20세기 중반, 나일론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체질을 바꿨다. 듀퐁은 이제 생물공학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전체 제품의 30%를 박테리아 공장에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이 교수는 21세기에는 박테리아 공장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교수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생물학자들이 할 것 같은 바이오 분야의 전문가가 된 것은 '잘못된(?) 유학' 때문이다. 그는 "원래는 정통 화학공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유학을 위해 정통 화공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던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리처드 마 교수를 찾았을 땐 그 교수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한동안 후회했다. 그 대안으로 파푸차키스 교수에게서 발효와 분리정제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 바이오와의 인연이 됐다"고 소개했다. 두 가지 학문을 모두 배우게 된 것은 그에겐 큰 행운이었다. 공정분야에 강한 정통 화공에 생물학 분야인 유전자 조작을 하나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빠른 시간 안에 세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실험실 연구원을 생물학과와 화학공학과에서 반반씩 고루 선발하고 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실험실 벤처기업 '카이로바이오'를 창업했다. 이 교수는 젊다. 그래서 평소 학생들에게는 오빠나 형 같이 친근하지만 연구에 들어가면 무섭게 변한다. "교수님은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뒤늦게 군대에 들어갔어요. 낮에는 군대에서, 밤에는 실험실에서 보냈죠. 밤늦도록 연구를 한 뒤 학생들에게 산더미 같은 과제를 주고 다음날 밤에 챙기곤 했어요. 그 때 학생들 사이에서 '악바리다. 무섭다'는 말이 생겨났죠. 그러면서도 다들 교수님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놀랐죠. " 실험실의 한 직원은 귀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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