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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에 앞장서자

이처럼 새로운 세기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예상은 여러 각도로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20~30년간 세계경제를 주도할 나라로 미국을 꼽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세계 정치와 경제의 주도권을 미국이 당분간 쥘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게임의 법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이 미국식 스탠더드화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앞으로 20~30년간 우리 경제나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식 표준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경제의 판도가 이렇게 움직여간다고 볼 때 우리가 안고 있는 몇가지 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우선 투명성의 문제다. 말할 것도 없이 투명성이란 있는 그대로를 정직하게 드러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내에 부실채권이 있으면 있는 대로, 관계회사에 지급보증이나 출자를 했으면 한 대로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회계시스템이 투명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신사들의 대우채권에 대한 평가가 시장가치로 나타나 있지 않고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위적으로 평가돼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부실기업에 나가 있는 대출금에 대한 은행의 평가도 거품을 잔뜩 품고 있다. 당연히 대손(貸損)으로 처리해야 할 금액을 아직도 자산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또다른 금융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게 바로 이 투명성이다. 회계의 투명성과 함께 인재 등용면에서의 투명성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불완전한 시장경제의 문제다.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발전시킨 제도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시장 메커니즘을 들 수 있다. 공급사와 수요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고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존재할 때 경쟁이 가능하고 경쟁이 있어야 능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 속에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기도 하고 경제주체의 적극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경쟁에 길들여지지 않고서는 세계무대에 나갈 수 없는 시대다. 셋째,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다. 앞으로 기업의 성패는 어느 그룹에 속한 계열사냐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한 경영자에게 방향타를 맡기는 일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물론이요, 경영자에 대한 평가도 엄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그룹총수라는 말이 남아 있고 주주들의 권한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주주들을 도외시하는 경영은 후진적인 경영임을 속히 깨달아야 한다. 우리 경제도 이제는 세계 속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다. 지구촌 시대에 우리식의 경영만 고집한다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생떼를 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루라도 빨리 세계적인 표준에 맞추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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