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도 있지만 기대도 크다.’ 재계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28일 청와대로 향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총수들이 만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로는 이번이 네 번째.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하는 것은 1년7개월 만이다. 재계는 이번 회동에서 지난 회의 때의 숙제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러운 눈치지만 최근 청와대가 기업과 거리를 좁히려 하는 만큼 ‘선물’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28일 예정된 상생협력회의에 맞춰 지난 1년간의 상생협력에 대한 성과를 집계하고 대ㆍ중소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중간 점검하느라 바쁘다. 주요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올해 중소기업 설비투자ㆍ국산화개발ㆍ인력지원 등에 모두 1,661억원을 지원했다고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고, SK도 협력업체와 73건의 해외 공동진출로 1,613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상생회의가 순환출자 금지 논란, 상법ㆍ금산법 개정 등으로 서먹했던 정부와 재계의 관계에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기업경영환경개선대책,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종합대책 등 정부가 잇따라 규제완화ㆍ세금감면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이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그동안의 규제완화 정책을 설명하며 기업들에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생협력과 관련해 대기업의 하청업체 지원방안과 함께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도 이번 회의가 정부의 내년 경제운용계획에 기업 입장을 반영시킬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현안들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한편 내년 대선과 관련해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출총제 등 규제 완화와 한미 FTA 타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 금융산업 선진화 대책 등을 건의할 것”이라며 “특히 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선거철인 만큼 각계각층의 요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바라보는 재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는 등 ‘대선의 해’를 앞두고 한층 강하게 압박해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가 알맹이 빠진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자평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도 재계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 투자 문제 등 수도권 규제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는 점, 금산법 개정, 성탄절 재계 인사 사면이 이뤄지지 못한 점 등에 대해 못내 섭섭해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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