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는 건강을 위해 마시는 음료수다. 그런데 왠지 차라는 말에는 음료를 뛰어넘는 여러가지 이미지가 동시에 내포돼 있는 느낌이다. 때론 휴식과 여유를 의미하기도 하고 심신의 안정을 뜻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올리게 되는가 하면 예술혼을 연결시키게도 된다. 이제 곧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거리에 낙엽이 지면 나도 모르게 고독한 영혼이 될지도 모를 일. 혹시 그럴 때면 차 한잔 마시면서 따뜻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차가 주는 분위기 이외에도 차에서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나 효능이 워낙 많이 알려져 웰빙식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식지 않은 녹차의 인기= 녹차의 효능이 갈수록 더 많이 알려지면서 녹차의 인기가 식을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예로부터 녹차가 생산되는 곳에 미인이 많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에서 최대녹차 산지인 항저우는 일찍이 미인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지친 피부에 수렴작용과 진정작용을 하며 피부노화 방지를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 이밖에 피부에 윤기를 주는 비타민A, 피부를 희게 유지해주는 비타민C, 피부노화를 억제하는 토코페롤 등이 함유돼 있다. 카테킨의 효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체내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시켜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다이어트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또 피로회복에 효력을 발휘하는 비타민C, 두통을 경감시키고 혈행을 개선시키는 카페인 등으로 인해 감기예방효과도 있다. 카테킨 성분은 또 혈압 상승 억제 작용이 있어 고혈압에도 효과적이며 당질의 소화흡수를 지연시킴으로써 혈당치 상승을 억제, 당뇨병 예방효과도 있다. 특히 최근들어 녹차 시장은 구수한 맛의 혼합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보리차, 옥수수차 등 구수한 맛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기 때문이다.아모레 퍼시픽은 100% 순수 녹차이면서도 떫지 않고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설록차 구수한 맛’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제주도 다원에서 재배한 어린 차잎을 고온에서 천천히 볶아내는 제조공정을 통해 일반 녹차 대비 4배 이상의 향기 성분이 발현돼 구수한 맛을 더욱 깊게 해준다. 유니레버 ‘립톤’에서는 지리산 화개에서 수확한 어린 찻잎에 발아현미를 섞어 맛이 부드럽고 구수한 ‘발아 현미 녹차’와 순한 어린잎 녹차에 장미꽃잎을 섞어 녹차의 깔끔함에 향긋한 뒷맛까지 살린 ‘장미 녹차’를 내놓았다. ◇웰빙차의 약진 ‘허브티’=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웰빙 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허브티는 카페인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겨 마실 수 있다. 또한 종류에 따라 독특한 향과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분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골라 마시기에도 좋다. 로즈마리는 독특한 향기가 마음을 깨워준다는 데서 꽃말이 유래했을 정도로 상쾌한 솔잎 향이 나른한 몸을 깨워주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아침에 마시면 좋다. 페퍼민트는 카페인이 없으면서 멘톨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식사 후에 마시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며 나른한 오후에 기분전환에도 적당하다. 중국요리를 먹고난뒤 마시는 쟈스민 차 역시 페퍼민트와 함께 식후에 마시기에 좋은 차로 알려져 있다. 사과와 들국화향을 섞은 듯한 캐모마일 허브티는 편안함 느낌을 주는 향기 때문에 취침 전에 마시면 좋다. ◇다양한 차 즐기기 ==홍차는 잘 우려낸 뒤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각종 첨가물을 넣으면 전혀 다른 종류의 맛을 내는 무궁무진한 아이템이다. ‘차에 절대로 설탕을 넣지 말라’고 했던 작가 조지 오웰처럼 오로지 홍차 맛만을 즐길 수도 있고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딸기 시럽을 넣으면 홍차의 쌉싸름한 맛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러시안티를 즐길 수도 있다. 뜨거운 홍차에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첨가하면 후루츠 티가 된다. 남미의 과라니 인디언들이 오랜 세월 마셔온 마테차는 화학적 성분은 녹차와 비슷하지만 영양분은 더욱 풍부하다. 아르헨티나에서 마테차를 수입하는 예르바 코리아는 마테차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비타민, 미네랄, 영양소들을 함유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고 강조한다. 마테차에는 천연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 철분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또 변비나 치질 같은 소화기 계통의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이 마테차를 매일 마시면 짧은 기간에 쉽게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 녹차의 분류
품종·지역·발효정도 따라 다양 차는 제조 방법이나 시기, 발효 정도, 형태, 지역, 품종, 재배 방법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과학적인 분류 방법은 차잎의 발효 정도에 따른 분류 방법이다. 발효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아니라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차엽에 함유된 폴리페놀에 산화효소가 작용해 녹색이 황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함과 동시에 독특한 향기와 맛, 수색을 나타내는 작용을 말한다. 이 같은 발효에 따라 발효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차를 불발효차, 발효 정도가 10~65% 사이를 반발효차, 85% 이상을 발효차라고 하며 발효가 전처리 공정 뒤에 일어나게 만든 황차나 흑차를 후발효차로 분류하고 있다. 덖음차는 차잎을 솥에서 바로 덖어 구수한 맛이 강하고 증제차는 차잎을 증기로 쪄서 녹새을 그대로 유지하며 비타민C의 함량이 높고 진한 녹색을 띤다. 옥로(玉露)차는 햇빛을 받지 않도록 차광 재배해 키운 차다. 차광재배를 하면 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줄어드는 대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과 엽록소가 증가돼 녹색이 짙어지고 맛이 부드러워진다. 따라서 옥로차는 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의 감칠 맛이 뛰어나다. 특히 절기 중 곡우 전에 채엽해 우전(雨前)이라 불리는 우전옥로는 차잎이 자라나오기 시작할 무렵 차의 참맛을 낼 수 있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5~20여일 동안 햇빛을 차단시켜 재배한 녹차다. 작설차는 찻잎의 모양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는 의미로 아주 어린 잎으로 만든 차를 뜻한다. 어린차싹을 곡우 쯤에 따서 정성을 다해 만든 차로 감미로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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