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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과기정책 너무많다

"정권 바뀔때마다 유망신기술 계획 쏟아내"<br>기존계획 점검없이 새로운정책 제시만 되풀이<br>20년후 성장동력 선정도 "두달만에 속전속결"<br>정확한 평가·장기적 추진등 신중한 접근 필요

지난 90년대 말부터 정부가 잇따라 과학기술정책을 내 놓고 있지만 잦은 정책변경,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 장기 추진력 부재 등으로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출범한 ‘국가 유망기술위원회’첫회의에서 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사실상 차(次)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인 ‘미래 유망기술 분야’를 오는 7월까지 선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졸속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 한국경제가 먹고 살 유망기술분야를 창출한다는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겨우 2개월동안 속전속결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업의 성격상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부처 및 기업들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점도 이처럼 단기작업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미래 유망기술 분야 선정에서 보듯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수립ㆍ시행 방식에는 문제점니 적지않다. 정부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잇따라 과학기술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렇다 할 평가없이 새로운 정책이 앞선 정책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을 발표하면서 2008년까지 5년 동안 10대 산업에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아직 성과는 의문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정보기술(IT) 접목 성과가 지지부진하면서 우리경제의 주요 동력인 ITㆍ전자 분야 수출이 오히려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5월(-2.1%)ㆍ4월(-0.5%) 두달 연속 디지털전자 산업 수출은 뒷걸음쳤다. 신동식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심의관은 이에 대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이,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이기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 사업의 성공이 필수적인 데 IT 성과의 접목이 늦어지면서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기존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을 새로 검토해 새로운 틀을 만드는 방식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존 국가기술혁신체제(NIS)ㆍ과학기술기본계획 등도 재검토 대상이다. 정부가 일관된 과학기술정책을 구상한 것은 지난 2001년 7월 ‘산업기술지도’ 작성에서 시작됐다. 1차 6대 기술, 2차 6대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으로 1차 6대기술에는 ▦단백질제품 ▦디지털가전 ▦무선통신기기 ▦로봇 ▦광섬유 ▦전지 등이, 2차 6대분야에는 ▦생리활성 정밀화학 ▦의료공학 ▦추진장치 ▦멀티미디어 ▦선박 ▦컴퓨터 기술 등이 포함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발표되고 미래 유망신기술 분야로 6T를 선정, 5년동안 12조8,38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표됐다. 6T는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ㆍ환경기술(ET)ㆍ문화기술(CT)ㆍ항공우주기술(ST) 등을 말한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에는 다시 ‘국가기술지도’를 작성하면서 10년 이후의 과학기술발전 비전 5대 분야를 선정하고 49개 전략제품과 기술을 발표했다. 현정부 들어서는 2003년 5월 ‘참여정부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나왔다. 하지만 앞서 2001년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ㆍ정리는 사실상 없었다. 그 해 10월 내놓은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도 지난 1월부터 국가 R&D 중장기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재검토중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10개는 ▦바이오 신약ㆍ장기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전지 ▦디지털 TVㆍ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ㆍ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으로 지난 2001년의 산업기술지도 때와 주력분야가 절반이상 달라졌다. 때문에 정책을 바꿀 때마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이나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새로운 비전으로 포장, 거창하게 발표하는 형식을 되풀이 해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획수립시에는 시장예측과 수출, 신규고용창출 규모 등 거창한 정책발표가 있으나 정말 그렇게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점검은 부족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체 인사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선정시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그때 뿐으로 단편적인 것 외에 전체 사업결과를 받아본 적은 없다”며 “위원회가 유지될 때는 피드백이 있지만 해체된 후에는 정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 정책기획의 헤드쿼터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출범한 후 그 동안의 실적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등 나름대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국가 R&D 중장기 계획수립 작업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혁신본부 마저 너무 성과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부는 지난 2일 ‘미래 국가유망기술위원회’를 발족, 미래 유망기술 분야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앞서 내놓은 과학기술 예측조사(2005~30년)를 바탕으로 향후 15~25년 후 한국 경제의 먹거리가 될 만한 사업을 선정,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행조사가 있다고 해도 7월말까지 겨우 2개월만에 20년후 국가 전략기술을 예상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혁신본부가 조정을 한다고 해도 이들 사업은 각 부처나 기업들의 사활이 걸릴 수 있는 사항이다. 위원회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8월의 물“墟閨茱珦㎰廢?일정에 맞춘다는 이유로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며 “선정 기술이 정부사업이나 기업에 끼칠 영향을 감안,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근 포항공대 교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과 함께 그동안 소외됐지만 기본적인 원천기술분야에서 대해서도 국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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