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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내년 국방예산 편성 테러대비 낙제점

항공기를 동원한 대형 빌딩에 대한 자살 공격에서부터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에 이르기까지 현 테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그러나 현재 의회에 제출돼 있는 3,290억달러 규모의 2002년 국방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예측 불허의 테러에 대비하려는 자세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미 정부가 9.11테러로부터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지 아직 모른다는 것을 뜻하며 지난 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밝힌 미래의 전쟁에 대비하는 형태로 군사력을 재편하겠다는 발언과도 상치된다. 즉 미 정부가 탱크를 동원한 유럽대륙 방어, 공대공 전투 등 지난 냉전시기 수립된 군사전략을 기반으로 예산과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군사 전략은 이번 사태가 일깨워 준 실질적 위협에 대해 대비할 만큼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국방예산 편성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주장한다. ◆ 신속한 배치 현재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듯 만일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 79년 이란혁명과 같은 민중 봉기로 인해 위기에 봉착한다면, 미국은 대규모 군사력을 파키스탄에 배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민을 보호하고 파키스탄의 핵 시설이 근본주의자들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군사배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이 배치되는 데 6개월이 소요됐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2002년 국방예산이 80톤에 달하는 대포를 만드는 대신 좀더 기동력 있는 운송수단을 개발하는 데 쓰이도록 짜야 할 것이다. ◆ 원거리 기지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 함양 만약 친(親)탈레반 단체들이 파키스탄의 공항이나 핵관련 시설을 장악한다면 상대방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이 없는 폭격기 사용이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이에 대비 미국 본토에서 출격,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폭격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의 숫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에 미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시가전 대비 만약 탈레반과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간의 주요 도시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파키스탄의 도시 주변에서 전쟁을 수행해야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제 이 같은 시가전은 적군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이 갖고 있는 기술들을 활용할 경우 이 같은 시가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예산은 이에 필요한 로봇, 엑소스켈톤(벽을 뚫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센서) 기술을 무기화 하는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다. 이에 반해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예산이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2002년 예산은 의회가 자기 선거구의 산업과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구시대적인 예산편성이란 인상이 짙다. 이에 따라 그 누구도 미국이 기습적으로 이뤄지는 테러에 대한 대비에 준비돼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기습적인 테러가 내일 또다시 나타나더라도 2002년 국방예산은 아무 도움이 안 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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