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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성분 감기약 판매금지 파장
입력2004-08-01 13:23:22
수정
2004.08.01 13:23:22
시민들 "너무늦은 감"<br>제약협회 "수용하되 당혹"..제약업계 판도 변화올듯
PPA성분 감기약 판매금지 파장
시민들 "너무 늦은 감"..손배소송 가능성
일부 제약사 식약청에 문제제기
서울대 윤병우 교수 "몸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이전 복용약은 괜찮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일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수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 167종에 대해 전면 사용중지 및 폐기조치 처분을 내리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제약사는 식약청의 조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그동안의 PPA 성분 감기약 논란과 제약업계.시민 반응, 이번 판매금지 결정이 몰고 올 파장 등을 분석해 본다.
■ 4년만에 끝난 PPA 유해성 논란
PPA 성분에 대한 논란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0년 11월 PPA 성분을 함유한 감기약과 다이어트약이 출혈성 뇌졸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서 자국의 제약회사들에 대해 판매를 즉각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국내 보건당국도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PPA 성분이 들어있는 약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PPA 감기약을 생산하고 있는 92개 제약회사에 대해 자발적인생산.판매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시판 중인 감기약에 들어 있는 PPA 성분에 대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반발하자 식약청은 이를 받아들여 2001년 4월 PPA성분제제 가운데 식욕억제제나 단일제로 쓰이거나 PPA함유량이 100㎎을 넘지 않는 품목은 그대로 유통가능토록 조치했다.
이후 식약청은 하루 최대 PPA 복용량 100㎎ 이하의 감기약이 뇌출혈을 일으키는지를 밝히기 위해 올해 4월을 시한으로 제약업체와 공동 조사를 벌여왔으며 결국 이번에 판매금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4년 가까이 끌어온 PPA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 일부 제약사 "이미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는데도 명단에 포함"
대다수 제약사들은 식약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겉으로는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제약사는 식약청이 이번 이번 조사를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PPA 함유 의약품으로 8개 제품이 포함된 중외제약의 경우 이미 지난 2000년말부터 모든 제품에 대해 PPA성분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는데도 마치 현재도 PPA성분을 사용중인 것으로 발표됐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0년 미국 FDA에서 PPA성분의 뇌졸중 발생가능성이 제기된뒤 곧바로 이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의 생산을 중단했다"면서 "이미 PPA성분을 뺀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기본적인 의약품 허가사항 데이터만 가지고 업체 리스트를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모 제약회사 간부는 "유해성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거쳐 발표된 것인데 식약청의 방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일부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제약업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제약협회를 통해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간부도 "감기약 비중이 큰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조만간 간부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왜 이제 판매금지하나"
시민들은 식약청의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내놓고 있다.
네이버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PPA 감기약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됐던 것으로 안다"면서 "안전성을 담보로 해야하는 식약청과 제약회사들이 문제점을 알면서도 너무 비도덕적이었던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일부에서는 PPA 감기약을 사 먹고 부작용을 겪은 환자나 유가족들의 손해배상소송이 뒤따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대한신경과학회지에는 PPA 복용 이후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의 사례가 공식 보고되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감기약을 먹고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하지만 PPA 복용이 단독으로 뇌졸중을 유발했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을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 제약업계 판도변화 올 듯
어쨌든 PPA 성분 감기약에 대한 판매금지와 폐기조치로 국내 종합감기약 시장에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식약청에 따르면 현재 PPA 성분 함유 감기약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는 75개로 이들 회사에서 만든 167종의 감기약이 시판 중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몇 년 전부터 PPA 성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 성분을 뺀 대체제품을 생산했지만 상당수 제약회사들은 그대로 PPA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000100] 콘택600의 경우 지난해 178억원의 생산실적을 올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통틀어 44위를 차지했을 만큼 국내 대표적 감기약으로 자리잡았지만 식약청의 이번 조치로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콘택600은 PPA 논란에도 불구하고 생산실적이 2002년 146억여원에서 지난해에는21.7%나 늘었다.
또한 현재 시판중인 감기약의 PPA 성분 함유 여부를 떠나 감기약 중 시장점유율이 높으면서 식약청 발표 업체 리스트에 포함된 중외제약[001060]의 화콜과 대웅제약[069620]의 지미코, 현대약품[004310]의 시노카 등도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종합감기약 시장은 비 PPA 계열 종합감기약과 생약 성분제 드링크,아세트아미노펜계 약물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이로 제약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서울대 윤병우 교수 "몸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이전 복용은 괜찮아"
PPA성분의 위해성 조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신경과 윤병우 교수는 "이번 조사는 약의 위해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아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결과적으로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먹은 사람은 출혈성 뇌졸중이 발병할 확률이 (약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2배 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에 참여한 환자들이 복용했던 약과 병력을 모두 확인했기 때문에 조사결과의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그동안에 PPA성분이 함유된 약을 먹었더라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당시에 뇌졸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면서 "앞으로 감기약을 사 먹을 때는 반드시 PPA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의학계에서는 PPA 함유 의약품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서울 예지의원 강경수 원장은 지난해 10월 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PPA 함유 감기약, 위험한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데도 PPA 함유 일반의약품이 국내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었다.
그는 "지난 98년 뇌출혈로 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이 1정당 75㎎의 PPA 의약품을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당시 이 여성의 약물 복용 시점과 증상이 나타난 시점이 비슷했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뒤 임상적 증상이 호전된 점 등으로 미뤄 PPA에 의한 뇌출혈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도 지난 5월 PPA 함유 의약품의 판매실태를 조사한 뒤 이들 의약품성분에 대한 안전성 평가와 이에 따른 행정 조치를 식약청에 건의한 바 있다.
소보원은 당시 PPA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복용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PPA 함유 의약품이 출혈성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PPA 성분이 출혈성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판매금지 조치는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입력시간 : 2004/08/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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