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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즈=본지특약] 테러와의 금융 전쟁 제2단계
입력2002-06-20 00:00:00
수정
2002.06.20 00:00:00
케네스 W 댐<美 재무부 부장관>금융 부문에서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 첫 단계는 테러리스트들과 이들의 지원 세력을 공개 지명해 이들의 계좌를 동결시키는 방법으로 점철돼왔다.
지난해 9월11일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210명의 테러분자 및 이들의 지지자들을 공개, 전세계적으로 1억1,500만달러를 동결시켰으며 116개 국가 및 관할구가 자금 이동에 대한 강제 봉쇄령을 내린 바 있다.
이미 알려진 테러리스트들과 이들의 자금원에 대해 금융 시스템을 차단시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주요 경제권 밖에서 이뤄지는 자금 이동까지도 경계의 타깃으로 삼는 제2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차기 국면이 테러 관련세력의 공개 지명과 자금 차단에만 국한돼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공개 지명된 테러리스트들이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행동 양식을 바꾸게 된다.
미국 등 체계적인 규정이 마련된 금융 중심지에 자금을 놓아두기 보다는 비공식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금 옮기기에 나서고, 현금보다는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 상품을 보유했다가 필요할 때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 때문에 공개 지명에 의해 '잡아'들일 수 있는 자금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미국 외 국가들은 미심쩍은 단체에 대한 개인의 기부금을 차단시키거나 테러자금 공급 세력을 체포하는 등 개별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국제적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하왈라'라고 불리는 비공식적인 국제 자금거래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하왈라 시스템은 서류상의 흔적을 많이 남기지 않는 신용에 기초한 자금거래 방식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지난달 15~16일에 열린 회의에서 상당수 국가들은 하왈라에 대한 규제와 감시 체제를 갖추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물론 하왈라를 봉쇄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테러리스트들의 악용은 막아야 하지만, 합법적인 금융시스템의 비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비용으로 자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하왈라의 이점은 유지돼야 할 것이다.
구호금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구호금이 고아원이나 병원, 학교 등 사회 인프라에 제공돼 쓰이고 있다.
하지만 몇몇 합법적인 구호금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유용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일부에선 자선 단체를 가장한 테러 조직도 존재하고 있어, 구호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자선을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의 악용을 막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우리는 구호단체를 통한 테러자금 흐름을 봉쇄하고 자선단체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함으로써 이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몇몇 자선단체들이 적발됐고 이들의 자산이 동결된 바 있다. 또 비영리단체에 대한 감독과 규제 시행을 각국에 요청하고 민간 감시단체에 대해서도 자선단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시 확대를 촉구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은 분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알 카에다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테러자금 기부세력들도 더 이상의 자금 공여를 꺼리는 등 테러자금을 봉쇄하기 위한 규제 체계가 서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거래가 차단됐다고 100% 확신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 경제가 너무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리스트들만을 대상으로 치러져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하왈라 네트워크나 부패한 NGO, 부정 무역행위 등 주요 금융시스템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의 비공식적인 금융 네트워크에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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