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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복제품’에 국내中企 멍든다] 中 복제업체가 ‘국내元社’ 고발까지
입력2003-12-05 00:00:00
수정
2003.12.05 00:00:00
김민형 기자
수년 전부터 캐릭터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C사. 이 회사는 올들어 중국 수출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자사 캐릭터를 그대로 본 딴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가 오히려 C사를 불법복제품 제조사로 고발하고, 소송도 제기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중국 국내법상 소송에서 승소가 불투명하고, 막대한 법정비용도 감당하기 버거워 중국시장 진출을 포기할 방침이다.
가뜩이나 내수침체로 활로를 못 찾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계가 중국산 불법복제품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산 `원조`에 버금가는 중국산 복제품이 국내와 중국 현지시장에도 다량 유통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계가 중국시장에서는 몰론, 존립 근거인 국내시장에서도 위협 받고 있다.
▲가격ㆍ품질경쟁력 모두 위기= 중국이나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불법복제품은 대부분 `원조`인 한국산 보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은 거의 절반에 가깝다. 특별한 기술개발 투자없이 생산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그만큼 절감되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생산하니까 생산원가도 저렴하다. 실제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장난감 `탑블레이드`의 경우 개발사인 손오공이 생산한 제품 보다 20~30% 저렴한 중국산 불법복제품이 더 많이 판매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들어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품질 역시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완구, 문구, 봉제, 의류, 생활용품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향상됐고, 일정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소형가전, 금형, 시계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MP3플레이어의 경우 중국 내에서의 불법복제로 관련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견 MP3플레이어 제조사의 S사장은 “최근 출시한 신제품과 똑같은 제품이 중국시장에 6~7개나 유통되고 있었다”면서 “실제 음악을 들어보니 음질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복제품 증가는 소비자 탓= 중국산 복제품이 활개를 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명품을 찾는 소비자는 더욱 고급명품을 찾고, 일반 공산품은 더욱 싼 제품을 찾는 양극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밀수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하고, “이는 정직하게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판매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사기를 꺾을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전체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에 현지 판매법인을 두고 전자기기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사장은 “고가제품을 갖고 싶지만 이를 살 돈이 없는 중국인들이 그 보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한 기능을 갖춘 복제품을 선호한다”며 “중국 사법당국과 연계해 복제품을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당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력한 단속과 브랜드파워 강화 절실=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산 복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단속을 보다 강화하고, 각 업체들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우인특허법률사무소의 최성우 변리사는 “중국산 복제품으로 인한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단속의무를 부여하는 `상품화권`을 도입해서라도 법적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ㆍ판매되는 복제품은 마땅히 제지할 방도가 없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다국적 기업들처럼 각국에 법무팀을 상주시키면서 일일이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단속이나 소송 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 강화를 통한 `고사작전`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기능은 누구나 복제할 수 있지만 브랜드나 디자인은 쉽게 복제할 수 없다”면서 “브랜드와 디자인 강화를 통해 복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 오히려 품질이 떨어지는 불법복제품들은 `원조`제품의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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