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서양식 공간예절' 대림미술관서<br>한국 사회의 정체성 성찰할 수 있는 기회
| 구성수의 'All af the place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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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주의 '대한민국 국회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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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균의 'sf.Koe-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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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닌 탓에 사람에 따라 떠오르는 이미지도 천차만별이다. 공간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사진전 '서양식 공간예절'전이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문화적 취향은 급격하게 서구화 됐지만, 아직도 '코리안 타임' '새치기하기' 등 한국적인 관습과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냉소적으로 바라본 것이 전시 기획의 출발점이다.
특정 공간을 촬영해 온 작가 다섯명의 사진을 통해 서양을 닮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공간들이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다.
헌법재판소 대회의실, 국방부 로비 등 공권력의 상징인 국가기관의 실내를 촬영해 온 작가 고현주는 공간의 권위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텅 빈 회의실에 서류만 가득한 장면을 촬영한 작품은 공간의 위계질서와 권력의 생산현장을 이야기한다.
작가 이윤진은 일상에서 눈여겨 보지 않는 사적인 공간과 그 속에 있는 사물과의 연계성을 직시한다. 책상 모퉁이, 의자와 책상사이 등의 공간감을 포착해 따뜻하고 부드럽게 다가간다.
SF(Space Fiction)시리즈를 선보이는 작가 김도균은 세련된듯하면서도 생경한 도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를 현실로, 실상의 공간을 가상의 장면으로 변화해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한 작가 김상길은 텅 빈 공간에서 오는 기이함과 낯설음을 눈여겨본다. 낡은 건물의 뒷모습을 있는 그대로 촬영한 그의 작품은 마치 깊이 패인 주름살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을 보는 듯 하다.
용도가 변경되면서 계단이 추가되고, 옥상에 광고판이 덧붙어 원래의 모습은 잃어버리고 괴이한 모습으로 변화한 건물에서 우리 사회 현실을 발견한다.
작가 구성수는 한 식당의 벽을 가득 메오고 있는 조악한 벽화와 주변 풍경을 촬영한 사진으로부터 한국사회의 일상적 공간에서 고속성장으로 발생한 대중문화를 읽어낸다.
전시를 기획한 이영준 계원예술대학교수는 "사진이 하나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주제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라며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공간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일까지.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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