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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기업의 보안 실태 [산업보안 이젠 中企의 생명줄]기술보안 강화 불구 '아직은 걸음마' 호찌민ㆍ선전=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기술보호와 첨단기술 유출 방지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산업기술보호 세미나’가 지난 4월22일 100여명의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호찌민시 뉴월드호텔에서 열렸다. 관련기사 베트남서 '기술보호 세미나' 해외 진출 기업 25% "기술유출 경험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북동쪽으로 30㎞. 자동차로 50여분가량을 달리면 동나이강 주변에 위치한 공업도시 비엔호아시 공단이 나온다. 자동차 히터ㆍ에어컨에 들어가는 모터를 제작하는 동진모터(부지 2,000평)가 자리잡은 곳이다. 현지 근로자는 500여명. 동진모터는 지난 2004년 이곳에 공장을 준공해 그해 6월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수출지역은 한국과 미국.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인 델파이가 가장 큰 고객이다. 가동 첫 해 40만달러였던 선적액은 2005년 450만달러, 지난해 2,000만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4월 말까지 500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인근 기업 기술유출로 도산하자 보안 투자=이수태 회장이 10년 뒤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베트남 진출을 선택한 결과다. 동진모터는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의 질을 바탕으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경쟁력 있는 현지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써왔다. 올해 초부터는 핵심기술 유출방지사업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인근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이 2년간 투자해 개발한 핵심기술이 산업 스파이에 의해 현지 경쟁업체로 유출돼 회사가 도산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동진모터는 올해 5억원을 투자해 보안 컨설팅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보안 전문인력 충원, 보안 시스템 구축 등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수영 사장은 “한국 본사 차원에서 기술유출 대응방안을 검토해 핵심기술과 제품은 본사에서 직접 통제ㆍ생산하고 베트남 공장은 완제품 조립라인만 가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출입문에 X레이 박스를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간부급 직원 사무실에 IC카드 인식기를 설치, 아무나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중간간부급 이하 모든 직원에게 비밀서약서를 쓰게 하는 등 회사의 기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관리 규정도 새롭게 제정했다. 채용태 중소기업진흥공단 호찌민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경우 CEO의 보안의식이 부족하고 핵심기술 유출 방지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해외진출 중소기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사 기술자 고용한 경쟁사 때문에 고전=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공업단지. 세계 최대의 가발 메이커인 보양산업이 10년째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곳이다. 부지 4,000평에 2,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보양산업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연간 1,400만개의 가발을 생산, 세계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의 6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아시아 지역에서만도 100억원의 수출계약을 기록했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가발산업의 특성상 보양산업은 일찌감치 생산기지를 중국ㆍ인도네시아로 옮겨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갑작스럽게 중국 공장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원인을 추적해보니 중국 공장에서 일하던 핵심 기술자 경쟁업체로 이직해 유사 제품을 만들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접근,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 보양산업은 즉시 긴급자금 3억원을 투입해 핵심기술은 본사 파견인력이 통제하고 핵심제품 일부를 본사에서 생산ㆍ조달하는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전면 개편했다. 현지 근로자와 채용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하고 기밀유지계약서를 추가로 작성하도록 수정했다. 특히 근로자들에게 개별 식별부호(ID)를 부여, 간부급 사무실과 출입구역을 지날 때 기록이 남도록 했다. 외부 방문객에게도 식별표시를 부착해 특정 라인 제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허광수 사장은 “위급한 상황에 도달해서야 회사의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실감했다”며 “해외진출 기업도 보안의식 제고 및 보안 시스템 구축 투자를 소홀히 하면 자칫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입력시간 : 2007/05/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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