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미래 삶을 위한 동반자” ■미래의 도전들 (교황 베네딕토 16세 지음, 물푸레 펴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21C 인류 문명에 대한 성찰자유·진보·과학 맹신 말고 화해·평화로 공생 노력을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얼만 전까지만 해도 전쟁, 원자폭탄, 에이즈 등이 인간을 위협하는 최대 공포였다. 21세기 들어 최대 공포 자리는 테러로 바뀌었다.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는 테러는 지금까지 어떤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공포로 떠올랐다. 1ㆍ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건은 그 자체로 비극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통해 오히려 비극의 재현을 막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했다. 반면 오늘날 테러는 인류에게 어디에서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 공포의 무게를 지녔다. 도대체 이성과 문명,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 속에서 인간은 왜 이 같은 엄청난 공포에 몰리게 된 걸까. 합리성과 이성적 가치 판단이 중시되는 시대인데도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세상이 되었다는 데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현존 인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시작된다. 지난 4월 교황의 자리에 오른 베데딕토 16세는 도무지 빈틈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와 학문적인 성과 덕택에 지적인 교황으로 불리고 있다. 테러 위협, 인간 존엄성 상실, 자연 파괴 등 21세기가 마주하는 문제에 대한 그의 성찰의 출발점은 진보, 과학, 자유 등 우리가 거리낌없이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가치관에 대한 회의로 시작한다. “진보는 인간이 물질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을 확대시켜 준 것이지 마르크시즘이나 자유주의 이념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진보가 지닌 한계들을 인식하라며 진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현상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보수적인 교황이라는 애칭답게 과학과 자유의 문제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대량 인명 살상용 무기나 생체 실험, 인간의 몸을 장기 저장소로 취급하는 현상들을 생각해보면 과학이 비인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과학 발전이 새로운 억압들과 새로운 지배 계층을 만들어 내는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이나 권력이 인간을 존중하는데 기여하지 않고 상업화되거나 과학의 성공 자체만을 지향할 때 과학의 진정한 본질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자유란 오직 인간 상호간에 정당한 자유, 정의 안에서 자유만이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종교의 문제에서도 냉철한 시선이 번뜩인다. 그는 인류를 지극한 공포로 이끄는 테러를 야기하고 있는 종교의 병적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신을 파멸시켜가면서까지 테러행위를 자행하는 것이 곳 순교행위로 미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테러 행위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눈에는 눈 귀에는 귀와 같은 복수의 원칙은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얘기다. 절대적 광신주의의 폐해에 대한 그의 대답은 결국 “모든 인간은 미래 삶을 위한 동반자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문화적 다원주의로 귀결된다. “우리는 설령 어떤 사람에게 다소 낯설게 여겨지거나 비정하게 느껴진다 할 지라도 모든 사람들 안에서 신의 형상을 인식할 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 세상의 반대편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그들 역시 모두 미래의 삶에 있어서 우리의 동반자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종교의 충돌, 문명의 충돌, 인간성 상실이 미래의 도전으로 다가 오는 시대에 그는 우리에게 오늘날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는 듯 하다. 입력시간 : 2005/07/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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