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치맛자락 아래 살며시 내민 버선발을 촘촘하게 내딛는 동작은 한국 춤사위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순간으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한국 춤사위의 현대화를 위한 실험무대인 국립무용단 기획공연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2005’가 올해 다섯번째 무대를 준비했다. 이 공연은 한국춤의 과거(전통)와 현재(창작)를 아우르기 위한 차세대 안무가들의 도전과 재창조를 위한 자리다. 5년 동안 29명의 안무자와 150여명의 무용수들이 참가해 우리 춤의 기본에 대한 탐구와 현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올해는 정소연(국립무용단), 김미란(부산시립무용단), 추현주(대구예술대 강사), 이미희(선화예고) 등 젊은 안무가들의 열정과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용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공연은 춤꾼들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한국 춤의 매력에 빠질 수 있어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는 120% 예매로 관객들은 입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춤이 단순하고 지루하다고 여긴 일반 관객들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 춤의 발전사를 읽을 수 있으며 아울러 전통 춤사위가 묻어난 신선한 현대무용에서 우리 춤의 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참가작으로 정소연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매방류 승무의 주요 춤사위들을 현대적으로 응용한 창작춤 ‘어떻게든’을 선 보인다. 작품은 뿌림사위, 머릿사위 등 이매방류 승무의 팔사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변용, 대중들에게 철저히 고립된 유배자의 삶을 표현한다. 이미란은 봉산탈춤 중 노장춤 고 취발이 춤을 창작한 ‘버려짐’으로 재해석했다. 김미란은 봉산탈춤에 담긴 성의 의미를 되새기며 건강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선보인다. 공연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춤을 출 때 잦게 내딛는 우리춤 특유의 발동작에서 시작되는 느낌이 객석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공연은 승무, 탈춤, 살풀이, 굿 등 우리의 춤사위를 기본으로 한 컨템포러리 한국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8월 10일부터 20일까지. (02)2280-4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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