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진데다 과잉유동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금리를 인하해 돈을 더 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물경제 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금리를 올리기는 더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결국 앞으로도 한동안은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급락세가 멈췄다는 분석에 근거한다. 이는 최근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우선 지난 3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해 2월의 -10.0%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월 대비로는 4.8%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4월에도 이런 추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도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8일 1,247원으로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1,400선을 돌파,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이미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로 접어들어 추가 금리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은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금리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은 더더욱 힘들다. 섣불리 긴축기조로 전환하면 경기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유동성이 실물경제 전반에 골고루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판단이다. 정부가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단기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어 시중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유동성을 환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과잉유동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하 또는 인상 카드를 꺼낼 모멘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금리 동결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달치의 확실한 경기지표가 뒷받침돼야 하고, 이어 경제주체들을 설득하는 데도 두어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갑작스러운 금리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내리지 않는 이상 한동안 금리동결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재 2.0%인 기준금리는 균형 수준에 근접한 상태로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일 ‘저금리 정책의 공과와 정책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따른 균형금리보다 0.29%포인트 높은 것에 불과해 추가적인 인하 여력이 거의 소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테일러 준칙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으로 적정 인플레이션율과 잠재성장률을 토대로 균형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면 금융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당장은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고려해 정책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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