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증가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지만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정체 상태를 보여 경기회복이 여전히 비틀린 상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와 휴대폰ㆍ디지털TV 등 3대 품목으로의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단절됐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환율 등 외생 변수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0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보다 8.0% 늘어나 1월(14.3%) 이후 9개월 만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파업이 끝나면서 자동차 생산이 전달 -11.1%에서 6.1% 증가로 돌아선 요인이 컸다. 하지만 업종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깊어졌다. 반도체 생산은 9월 31.9%에 이어 10월 36.7% 늘었고 영상음향통신은 PDP와 LCD를 포함한 디지털TV와 휴대폰 수출이 크게 늘어 12% 증가했는데 이들을 빼면 증가율은 0.3%에 머물렀다. 이 같은 증가율은 2ㆍ4분기 2.0%(전체 4.0% 증가)에서 3ㆍ4분기 1.3%(6.9%)에 뒤이은 것으로 편중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의 불안함도 여전했다. 전체 소비는 승용차판매가 늘어난 데 힘입어 3.4% 증가했지만 지난해 10월 소비가 1.3%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이 정도로는 미약하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기타 소매점 부문의 판매가 2.3% 줄어들어 불안감을 더했다. 기생충 파동에 따른 구충약 덕분인지 의약품ㆍ화장품 품목의 증가율이 지난 몇 달 평균보다 3~4%포인트 높아져 11.0%에 이른 점이 눈에 띄었다. 건설경기도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수주는 9월 28.5% 증가에서 10월에는 34.8%라는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수주가 33.1% 증가했던 것에 따른 역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하지만 감소폭이 너무 크다. 설비투자도 1.7% 증가했지만 내수상황을 보여주는 운수장비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기계수주도 0.9%의 증가율로 미미했다. 지표들이 불안한 탓에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95.9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고 향후 경기전환시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3.7%로 전월에 비해 0.7%포인트 증가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 모두 지난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요인을 제외하면 부진한 상황”이라며 “수출호조가 내수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기의 ‘공(空)회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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