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누그러지면서 외국인의 매도공세에도 변화가 생길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현물시장에서 팔자세를 이어갔지만 선물시장에서는 1년 11개월 만에 최대치인 1만2,000여 계약을 순매수했다. 하락보다는 상승쪽에 베팅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물 순매수를 주식 시장 전반에 대한 시각 변화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으며 단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지난 2004년 8월12일(1만4,302계약)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인 1만2,013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200 9월물은 전날 보다 6.00포인트 오른 165.70으로 올라섰다. 현ㆍ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도 장 초반 –0.04에서 0.59의 콘탱고로 마감, 3,122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시켰다. 이에 대해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현물 시장에서는 매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보긴 힘들다”면서도 “이날 선물 매수를 지난 주 지수 하락에 투자했던 선물 매도 물량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외국인들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1만2,914계약을 순매도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날 대규모 순매수는 기존 매도포지션의 정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애널리스트는 “코스피200 6월물 이후 순매매를 집계한 결과, 3,000계약 순매수에 불과해 이를 외국인의 추세 변화로 판단하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물의 대규모 순매수와 달리 현물은 1,203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8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지속, 기업 실적 둔화 등 여러 악재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욱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될 경우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서둘러 팔 이유가 없어지는 만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다소 주춤해지긴 하겠지만 추세전환까지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업의 실적 등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4ㆍ4분 이후에야 실질적인 순매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의 2ㆍ4분기 GDP 성장률이 3% 밑으로 예상되는 등 미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실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3ㆍ4분기 미 경제의 펀더멘털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