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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스2, "영원한 공짜는 없다"
입력2000-11-23 00:00:00
수정
2000.11.23 00:00:00
김창익 기자
포트리스2, "영원한 공짜는 없다"
해외진출 자금 마련 위해 유료화…회원 반발 거세
쿠바의 마약상들은 뉴욕 할렘가에서 10대들에게 공짜로 마약을 준다.
한 순간이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고 쾌락에 빠질 수 있는 마약을 공짜로 준다는데 혈기 왕성한 10대들이 마다할 리 없다. 이런 식으로 대다수의 10대가 마약에 중독된다.
마약상들은 아이들이 중독되면 곧바로 비싼 값에 마약을 판다. 이미 중독된 아이들은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약을 살 수밖에 없다. 마약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돈은 마약을 계속하지 않음으로써 느껴야하는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이 쿠바 마약상들의 지능적인 마케팅 수법이다.
최근 공짜로 수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다음 바로 유료화로 전환하는 온라인 게임 업체가 나왔다. 마케팅 측면에서만 보면 분명 쿠바 마약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게임벤처(대표 윤석호ㆍwww.x2game.com)는 최근 영원히 공짜임을 약속했던 '포트리스2'를 유료화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포트리스2는 600만명의 누적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게임.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벤처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포트리스2는 공짜로 운영될 것이라고 약속해왔다.
하지만 게임벤처는 최근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C방 과금을 중심으로 하는 유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포트리스2의 수익모델인 셈이다.
포트리스2 유료화는 전국 2만여개 PC방 가운데 3,000여개를 선정해 한달에 10만원 가량의 이용료를 받는 것. 이는 포트리스2의 한달 운영비로 들어가는 3억원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게임벤처는 이 때 다른 게임 벤처와 제휴해 포트리스2를 다른 게임과 묶어 패키지로 PC방에 공급할 예정이다.
게임벤처는 이와는 별도로 포트리스2를 업그레이드한 인터내셔널 버전을 개발해 국내ㆍ외에서 정액 회원을 대상으로 유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포트리스2는 영원히 공짜'라고 장담해온 게임벤처로서는 포트리스2를 그대로 유료화할 경우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게임벤처는 포트리스2 패키지판을 만들어 개인과 PC방에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인 포트리스2를 스타크래프트 같은 네트워크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것.
게임벤처가 그동안 해온 약속을 깨면서까지 포트리스2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1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게임벤처 관계자는 "조만간 합작 법인 형태로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대만 현지 게임 회사인 감마니아와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합작 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에 필요한 돈의 상당 부분을 외부 펀딩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검증받을만한 수익 모델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형편"이라며 유료로 전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에 게임벤처가 포트리스2 유료화 대신 선택했던 방안은 멀티미디어 포털 사이트(www.x2online.com)를 만들어 3~4개 게임과 동영상 등을 추가하고 일정액의 회비를 받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광고 기획사인 금강기획과 손잡고 포트리스2에 등장하는 13 가지 캐릭터를 상품화 하는 등 유료화 이외의 수익원 개발에도 나섰다. 이때까지도 포트리스2의 공짜 약속은 계속됐다.
하지만 포트리스2의 운영비 때문에 발생하는 월 3~4억원의 적자는 어쩔 수 없었다. 대부분의 투자기관이 확실한 수익 모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펀딩을 추진하고 있는 게임벤처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이같은 상황에 밀려 게임벤처는 포트리스2의 유료화를 택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윤리와 사람 사는 기본 윤리인 상대방과의 약속 중에서 기업 윤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전에 공짜로 서비스하다 인기를 얻은 뒤 유료화로 바꾼 대표적인 게임에 넥슨(대표 이민교)의 온라인 퀴즈 게임인 '퀴즈 퀴즈'가 있다. 퀴즈 퀴즈는 지난해 10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한 달만여만에 회원 100만명을 돌파한 인기 게임이다.
넥슨은 곧바로 1만6,500원을 받고 퀴즈 퀴즈를 유료화했다.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는 당연했다. 유료화 직후 회원은 반 정도가 떨어져나갔으며 회원들은 물론 퀴즈 퀴즈를 서비스하는 PC방쪽에서도 퀴즈 퀴즈 아이콘을 곧바로 삭제하고 퀴즈 퀴즈 이용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 넥슨은 퀴즈 퀴즈를 유료화한 뒤 한달에 2~3억원을 벌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은 돈은 아니다.
유료화 하면 뻔히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공짜를 지속하기 어려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유료화를 한 뒤 그 게임을 계속 이용하는 것은 시장에서 이용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돈 내고 즐기는 것이 싫으면 앞으로 포트리스2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미 포트리스2에 빠져버린 600만명의 회원 가운데 '돈 안내고 안하면 그만'을 실천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입력시간 2000/11/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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