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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금융계 이것부터 바꾸자] (6)중복검사에 허리 휜다
입력2003-01-22 00:00:00
수정
2003.01.22 00:00:00
이진우 기자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한은과 금감원, 금융기관 공동검사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이라는 보도자료를 공동으로 냈다. 내용은 은행에 대한 검사를 놓고 갈등을 보여왔던 두 기관이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앞으로 그 약속을 원만하게 잘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검사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인 은행권은 두 기관의 이 같은 발표에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검사를 공동으로 하느냐 단독으로 하느냐 여부를 떠나 힘 있는 두 기관 사이에 벌어진 `끗발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반응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심지어는 감사원에 이르기까지 이중 삼중으로 이루어지는 검사에 시달려 오면서 쌓인 불만이 큰 탓도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그동안 각종 금융사고가 나고 공적자금까지 투입되면서 정부의 건전성 감독이나 검사가 집중돼 왔다. 일례로 공적자금을 투입 받은 한 대형은행의 경우 지난 2001년 한해동안 금융감독원 25차례, 예보 3차례 등 총 28회에 걸쳐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은 날짜로 치면 1년에 무려 140일(금감원 136일, 예보 16일)이 소요됐다. 영업일수(295일) 기준으로 절반 가까운 기간을 검사 받는데 매달린 셈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검사를 준비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1년 내내 검사 받느라 허리가 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로 감독 기관간 공조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똑 같은 자료를 여러 곳에서 요청하는 것은 물론 같은 사안을 놓고 두세 곳에서 거듭 검사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공동검사라는 명분을 내걸고 함께 검사를 나와도 검사장소나 검사항목 등을 달리해 사실상 개별검사라고 보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며 “검사창구는 물론 방법까지도 단일화 해야 금융회사의 검사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감독 당국에서도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불만을 인식하고 적발위주에서 사전예방 중심의 검사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사를 받는 현장에서는 아직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임원은 “감독 기관들이 국민이나 고객으로부터 위임 받은 검사기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서는 안된다”며 “불필요한 중복검사를 없애는 것은 물론 어떻게 하면 검사를 줄일 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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