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옵션테러'를 통해 국내 증시를 공황상태로 몰고 간 외국인 매도 주체의 세력이 미국계 헤지펀드라기보다는 유럽계 자금인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감독당국은 도이치증권의 창구를 통해 선ㆍ현물에서 대규모 매도를 냈던 외국인으로 유럽계 자금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옵션쇼크를 일으킨 주도세력으로 미국계 헤지펀드를 거론하고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이보다는 도이치증권을 통해 거래되는 자금이 대부분 유럽계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그쪽(유럽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주역으로 미국계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유력하게 꼽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매도 주체를 유럽계 자금으로 추정하면서 방향은 유럽의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쪽으로 방향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런던이나 독일에 있는 투자은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이치증권의 경우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유럽계 투자은행들이 매매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라며 "지난번 남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됐을 때도 매도 창구는 도이치증권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도 이유에 대해서는 당국은 '단순한 차익거래로', 증권업계에선 '환차익이나 주가와 옵션차익까지 겨냥한 매도'라고 보는 등 아직도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금감원에서는 일단 환차익을 노린 거래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외국인의 매도는 환이나 금리 등을 이용한 거래로 보기 힘들다"며 "일단은 옵션과 연계된 차익거래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차익을 노린 거래라기 보다는 차익거래를 통한 단순 매도라는 설명이다. 반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환차익이 아니면 이 같은 선물과 현물에서 대량 매도를 내놓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체들이 G20 정상회의 다음에 각국에서 어떤 액션을 취하고 이에 따라 원화 강세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이들이 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의 차익거래는 지난 6월하순께 시작됐고 이후 원화가치와 주가가 크게 올라 환차익과 주식 시세차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대량 청산을 앞두고 풋옵션까지 걸어놓았다면 엄청난 차익을 거뒀을 거란 주장도 나온다. 한 파생상품 담당 연구원은 "내가 관련 펀드 운용자라면 2조원의 현물을 던질 경우 당연히 풋옵션을 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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