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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바람 심상치 않다

일본 엔화가 추락하고 있다. 4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5엔대까지 추락했다. 5일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11월말까지만 해도 119엔대에서 오르내리던 엔화가 이처럼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이 "세계수준에서 볼 때 달러당 150~160엔 사이가 적정수준"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엔저(低) 유도정책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은 10년 이상 계속돼온 장기불황을 수출증대로 탈출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어서 아시아 각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하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일본 엔저 유도정책이 이웃 궁핍화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엔저가 때때로 문제가 됐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난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불황탈출에 대한 일본정부의 결의가 남다르기 때문에 엔저 유도정책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5일에도 구로다(黑田東彦) 재무관은 "현재 엔 환율은 지나치게 오른 엔고(高)를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엔저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그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일부 외국 증권회사 등은 현재 일본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달러당 150~165엔이 적정선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80년대 중반 엔고를 경제성장의 '훈장'으로 여겼던 일본에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도 장기불황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의 엔저 평가를 엔저 유도정책 합리화의 발판으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엔저 유도정책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엔저 유도정책으로 우리의 수출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원화와 엔화의 환율이 10대1선이 무너지면 우리 수출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4일 현재 10대1선이 무너져 100엔당 975원으로 28개월만의 최저기록이다. 이 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화 추이를 주시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다만 엔저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대일무역적자가 125억달러(11월20일현재)를 넘어선 상황에서 엔저는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정부도 엔저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같은 빠른 엔저는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달러당 125엔을 넘어서면 아시아 각국의 수출은 벽에 부딪치게 된다. 일본의 급격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은 주변국 궁핍화로 연결될 수 있고 그만큼 거센 역풍을 부르게 될 것이다. 일본이 장기불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그 부담을 외국에 떠넘기려는 데 대한 경계와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제의 불럭화가 가속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일본정부의 정책적'배려'가 아쉽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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