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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는 赦免이 없는가

며칠후면 1,400여명의 시국ㆍ공안사범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이 단행된다. 사면은 한때의 잘못으로 인신이 구속되거나 권리가 제한된 사람들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직접적으로는 인권 차원의 조치이지만 넓게 보면 사회통합과 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에 일부에서는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정치ㆍ사회 등의 분야만이 아닌 경제에도 사면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금융시장은 물론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과거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봄직 하다. 분식회계,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 분식회계는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주범으로 꼽히는, 반드시 없어져 할 폐습이다. SK글로벌 사태가 터지자 외국인투자자들은 이것이 한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기업들에 `만연된(widespread)`것 아니냐며 한국경제 전체에 노골적인 불신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회계제도 개혁방안 조기시행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기업들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노력을 강화하는 등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하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렇게 해서 분식회계가 근절되고 투명성이 높아져 우리기업과 우리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평가받게 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와 노력들이 앞으로 일어날 회계부정을 막는 것일 뿐 과거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절 기업들의 분식회계는 너나 할 것이 없었다. 지난 2000년부터 올 3월까지 3년간 분식회계 전력이 있는 곳이 10대 그룹중에서는 7개 그룹, 개별기업은 190개 기업에 달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자료는 분식행위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기업 관계자들의 토로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간다. 현재 상장ㆍ등록된 1,500여개 기업중 분식회계 경험이 없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이야기다. 경제파장 고려한 특단대책 필요 분식회계에 대한 기업들의 변명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적자가 쌓이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금융거래도 까다로와져 자금조달에 애를 먹거나 아예 길이 막혀 버린다. 회사가 망하게 될 판이니 부득이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식행위에 대한 처벌과 시장의 응징 강도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큰 탈없이 넘어갔지만 이제는 기업들의 생사를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 기업들의 딜레마는 여기서 비롯된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시정하고 싶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커 엄두가 안 나고, 그냥 넘어가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제발 터지지않고 넘어가기만 바라는 `재수`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어느 기업도 과거의 행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와 같은 사태는 수없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고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분식회계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만 하며 그것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않는 쪽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과 관련, 분식회계를 소송대상에서 1~2년 유예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이 같은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 동안의 회계덧칠을 벗겨내는데 이 정도의 기간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이에대해 시민단체들은 개혁의 후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원칙과 현실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어찌됐든 과거의 분식행위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를 언제까지 요행수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현우(증권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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