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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업의 깃발을 걷어라] <4> 10년 뒤를 생각하자

성과배분 보다 '생존위한 투자' 주력을<br>현대차 R&D투자 도요타 ¼ 불구 "성과급 잔치만…" <br>'10년 전쟁' 출발 늦추면 현 시장 장악력마저 잃을 수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미래 시장을 겨냥한 '10년 후 전쟁' 에 돌입했지만 현대자동차는 아직도 준비운동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 도요타 하타리공장에서는 세계무대를 맘껏 누비는 렉서스가 지금도 분단위로 탄생하고 있다.



“10년 앞서는 미래시장을 겨냥해 자동차를 개발한다.”(요시다 모리타카 렉서스 수석엔지니어) 요시다씨는 도요타의 대표 브랜드인 렉서스의 개발 총책임자다. 그는 렉서스의 인기비결 또는 경쟁력을 묻는 서울경제 취재진에 “(근로자와 경영진) 모두가 돈보다는 ‘완벽함’을 향한 욕구와 책임감, 그리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완벽한 자동차를 추구하다 보니 경쟁력이 생겼다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생뚱맞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왜 거론하는 것일까. 특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개념은 노사가 항상 갈등과 마찰에 익숙해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다. 이어지는 요시다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바로 도요타의 장인정신(engineer spirit)이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회사와 자신의 인생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자세를 갖지 않으면 완벽함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10년 후는커녕 1년치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는 현대자동차로서는 꿈 같은 이야기다. ◇생존을 위한 투자 서둘러라=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 측에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여금도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연한 수순처럼 파업을 결의했다. 회사 주변에서는 “마치 현대차가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상황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순위에서 도요타, 포드, GM 등에 이어 세계 7위에 그쳤다.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는 자동차 업계 8위로 하위권이다. 현대차가 중장기 목표로 삼은 ‘2010년 빅4 진입’은 현재로서는 꿈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현대차가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단기적인 성과배분보다는 기술개발 투자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연구개발 노력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현대차의 R&D 투자규모는 1조7,350억원. 도요타(기술개발 투자액 6조7,640억원)의 4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마치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은 눈에 불을 켜고 과외공부까지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생이 반찬타령에 날새는 모습 같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올해 R&D 규모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2,000억원가량이나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지금 거둔 순이익을 임직원들이 고스란히 나눠 가지면 현대차의 미래는 없다”고 실토했다. ◇‘10년 전쟁’ 출발선에라도 서자=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요즘 ‘10년 후 전쟁’의 결전지를 향해 진군하느라 정신이 없다. ‘10년 후 전쟁’은 미래 시장을 둘러싼 경합을 뜻한다. 이 전쟁의 키워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연비와 성능은 기존 자동차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도요타는 최근 세계 최초로 대형 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렉서스 LS600hL’을 출시했으며 아우디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디젤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결같이 미래 자동차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대차는 오는 2009년 이후에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 자동차 회사들이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이미 양산에 돌입한 데 반해 현대차는 ‘10년 전쟁’의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차세대 자동차 개발이) 지금처럼 계속 뒤처지면 현재의 시장 장악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국내 생산물량이 줄어들면 해외물량을 국내로 환원시키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이 같은 요구의 근거는 “글로벌 생산체제가 확대되면 국내 고용안정이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냉정하게 정리해보자.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생존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좋은 부품을 보다 싼값에 조달해 보다 싸게 생산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 GMㆍ도요타 등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회사의 방침에 반대하는 노조는 단 한 곳도 없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현대차 노조가 고용안정을 내세워 사용자 측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을 침해하려 하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은 근로조건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교섭대상이 아니며 파업의 명분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10년 후 전쟁을 준비하기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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