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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건축기행] 2. 최초 단지형 아파트 `마포 아파트`
입력2003-02-13 00:00:00
수정
2003.02.13 00:00:00
이혜진 기자
`60년대의 타워팰리스는 바로 마포아파트!`
1962년에 완성된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는 오늘날로 치면 타워팰리스에 비유할만하다. 마포아파트는 우선 당대 공동주택 양식에 있어 선도적인 건축물이었다. 6층 높이, 542가구 규모의 마포아파트는 현재 기준으로는 `저층`아파트의 소규모 단지 아파트에 불과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수십층 높이, 수천가구 규모의 타위팰리스 만큼이나 대단지 고층아파트였다.
마포아파트나 타워팰리스 모두 한정된 땅에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도입된 주거 양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신식` 주거양식이기 때문에 당대의 중산층 이상의 사회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같다.
당시 마포아파트 입주자로는 어느 정도 생활여력이 되고 현대식 생활양식을 선호하는 교수, 문인, 연예인 등이 주를 이뤘다. 또 마포아파트는 당시 현대식 생활공간의 대명사로서 영화촬영장소로 자주 섭외 대상이도 했다. 그러나 마포아파트가 건립초기부터 대중들의 호응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모르모트 실험까지 행해져= 엄밀한 의미의 최초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는 입주당시 거부감이 심했다. 단적인 예가 62년12월말에 입주를 시작했을 때 초기 입주율이 절반도 안됐다는 것이다. 주부들은 김장독을 어디다 묻어야 할지 걱정했다. 또 가외동 부잣집에도 드물었던 수세식 화장실이 집마다 달려 있는 것은 국민소득 100불 시대인 당시에는 사치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사람들은 연탄 보일러의 가스가 고층건물에서 제대로 배출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고 “실제로 연탄가스를 마셨다”며 항의를 해오는 초기 입주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시공을 맡았던 대한주택공사측은 모르모트 6마리를 집에 재우기도 하고 당시 주공담당자자가 직접 하룻밤 자고 나와 대중의 불안을 잠재웠다.
초기의 거부반응이 사라지고 현대식 아파트의 편리함이 알려지자 입주를 시작한지 3달 만에 마포아파트 1차 450가구는 100%입주를 완료했다. 임대료 수준은 그 당시 로열층인 1층 기준으로 9평형 아파트가 보증금 3만원에 월 임대료 2,444원 선. 그때 직장인의 평균적인 월급이 6,000원 선임을 감안하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식 아파트의 초석=지금은 불교방송국 뒤에 위치한 삼성아파트로 재건축된 마포 아파트. 마포아파트 터는 당시 마포형무소 수감자들이 노역을 하던 야채 밭이었다. 그때만해도 변두리였던 이 지역에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계획에 걸 맞는 표본 주택을 세우려 했다. 전시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초기에는 10층짜리 중앙집중식 난방 아파트를 계획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로 인한 전력 소비, 중앙집중 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결국 6층짜리 개별 연탄보일러 아파트로 지어졌다. 그럼에도 마포아파트는 이후 외인아파트, 한강맨션, 반포주공으로 이어지는 현대식 아파트 생활문화의 시금석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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