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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공격/지구촌 경제 파장] 전쟁 장기화땐 亞경제 ‘직격탄’

이라크를 겨냥한 미국의 총구가 드디어 불을 뿜었다. 예고된 전쟁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이라크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에서 붙은 전쟁의 불길은 앞으로 상당기간 당사자인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전개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약(藥)이 될 수도, 유가 파동과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 일으키는 독(毒)이 될 수도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세계 경제에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최악의 경우 70년대 오일 쇼크에 버금가는 공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들은 이번 전쟁이 각국에 미칠 영향 계산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무엇보다 수출 의존도가 가장 큰 아시아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단기전으로 끝나도 전망 엇갈려= 단기전으로 승리할 경우 그 동안 투자자ㆍ기업ㆍ소비자의 신뢰를 위축시켜온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향후 유가 역시 전문가들은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올 하반기 배럴 당 25달러 내외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앞서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한 이후 증시와 외환시장에 낙관론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대체적인 시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 주가가 고 평가돼 있고 테러 위협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없지 없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장기전의 경우 배럴 당 80달러까지 치솟는 유가와 늘어나기만 하는 전비 부담 등으로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은 마이너스 4%의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럽, 전쟁 끝나도 급속한 회복은 어려워= 마이너스성장 위협에 처해 있는 유럽경제에 이라크전쟁은 미국보다 다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쟁과 상관 없이 지난 해 이후 투자와 내수 부진, 수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은 특히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올들어 실업률 마저 치솟는 등 경제위기가 가속화되고 있고 재정적자 문제도 유럽 지역 내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에 따른 유로권 경제의 향방이 전쟁 기간과 중동지역 피해상황 등에 달려있지만 조기에 전쟁이 마무리 된다고 해도 급속한 경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의 페드로 솔베스 통화담당위원도 “전쟁이 조기에 끝나도 유로권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복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벌써 유로권의 올해 예상 성장치를 1.8%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장기화 때는 아시아 수출 직격탄=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은 이라크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달러 약세, 고유가, 테러 위험 증가로 수출이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마저 꺼리는 상황이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투자 위축과 수출부진, 자본 유출의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 석유 수입의존도가 크고 비축유가 거의 없는 중국 역시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경제 역시 미국과 유럽경제의 약세로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가격경쟁력도 떨어지면서 올해에도 제로성장 언저리를 맴돌게 될 전망이다. 미시간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린다 임은 “아시아의 성장률은 4~5%로 세계 평균 성장률의 2배에 달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나도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레비는 “이라크전 말고도 부담스런 변수들이 여전하다”면서 “이라크 전후의 최대 불안 요소는 북핵”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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