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경준 전 BBK 대표에 대해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1월 김씨의 체포영장을 받아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적용했던 혐의 그대로다. 이는 김씨가 입국한 후 수면 등 휴식시간을 빼면 실질조사 시간이 10여시간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해 일단 그간 충분한 확인을 거친 혐의사실만 영장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검찰은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영장이 발부된 후 본격 조사할 방침이다. ◇특경가법상 횡령=김씨는 2000년 7월~2001년 12월 창투사인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회삿돈 384억원을 22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5억원 이상의 돈을 횡령하면 형법상 횡령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별법인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이론적으로는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다. 검찰은 계좌추적 및 회사 관계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씨가 유상증자 등으로 입금돼 보관 중이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진 빚을 갚는 데 쓰거나 투자를 가장해 자신의 유령회사 계좌로 송금해 착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변제한 돈 중에는 김씨가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에 돌려준 BBK 투자금 40억원도 포함돼 있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다스 차명보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거래법 위반=김씨는 2000년 12월~2001년 11월 증권계좌 38개를 동원해 옵셔널벤처스 주식을 가장매매나 고가ㆍ허위매수 주문하는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다. 특히 김씨와 이 후보가 동업한 LKe뱅크 등 38개의 증권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돼 일부에서는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또 실제로는 옵셔널벤처스의 회삿돈을 인출해 자신이 주식을 사들였으면서도 마치 외국계 펀드가 30억원가량의 투자를 하는 것처럼 거짓 공시해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김씨는 2001년 5~12월 미국 여권 7장과 미국 네바다주 법인설립인가서 19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1년 4~9월 옵셔널벤처스 대표로 재직했으며 이후 ‘스티브 베네주엘라’ 등 외국인이 이 회사의 대표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모두 김씨가 만들어낸 가공 인물로 실제 옵셔널벤처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씨가 실질적인 대표로 운영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수사 결과 김씨는 옵셔널벤처스의 웹디자이너 등을 동원해 자신의 여권을 스캔하게 한 뒤 포토숍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공의 인물정보를 적고 사진은 인터넷에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것을 붙이는 수법으로 미국 여권 사본을 만들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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