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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절반의 책임

의사의 병 고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올까. 의학 고전에는 좋은 의사의 조건으로 꼭 환자의 마음을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한다.지엽적인 증상을 다스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 병을 가져온 원인을 깨우치고 이에 대해서도 처방을 내릴 줄 알아야 진정한 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도 때로 병의 근원에 대한 통찰이나 환자의 심리와 마음을 읽기보다 환자에게 나타난 말단의 증상들을 기계적으로 신속히 고쳐주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얼마나 빠르고 확연하게 개선되었느냐가 현실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실력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대화나 신뢰는 간 데 없고 단지 증상과 씨름하는 한 사람의 기술자가 있을 뿐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의사 스스로도 숭고하다고 믿어온 '의업(醫業)'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의학적 '기술'에 집착하게 되는 책임은 의사 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있지 않나 생각될 때가 있다. 환자 스스로가 의사의 꼼꼼한 질문을 귀찮아 하고 자세한 설명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당신이 명의라면 내가 설명 안해도 알아서 고쳐봐라"는 식으로 마치 의사를 테스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충북 청주에서 찾아온 50세의 환자가 있었다. 3년 전부터 전립선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아침에 소변을 보면 우유 빛 분비물이 나왔다. 소변을 보아도 잔뇨감이 있고 하복부가 불쾌하며 밤에 잠자다가도 한번쯤은 꼭 일어나 소변을 본다고 했다. 분명한 전립선염 증상으로 이 밖에 우측 고환에 통증도 가끔 느껴진다고 했다. 3월부터 요도세척을 시작했다. 3~4일에 한번 꼴로 10회의 세척치료 계획을 세웠고 전립선 기능회복을 위해 회음부의 혈을 찾아 뜸과 약침을 시술했다. 그 효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계획된 치료의 초기부터 빠른 경과를 보이더니 마지막회 쯤에 가서는 거의 모든 증상이 사라져서 환자와 의사 모두가 아주 만족스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전립선 세척요법 자체의 효과도 효과지만 의사와 치료법에 대한 환자의 전폭적인 신뢰와 정성이 이 치료의 절반의 몫을 담당했던 것이라 믿어진다. 환자는 총각시절인 25년 전 가볍게 지나친 성병(비임균성 요도염) 경험도 털어놓았다. 이후 요도와 귀두 주변의 불쾌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25년 전의 가벼운 병력이라면 그냥 감추어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자세히 털어놓았으므로 불과 3년 전에 시작된 전립선염의 길고 긴 연원을 추정하여 보다 효과적인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의사의 치료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고 협조하는 일이야말로 환자가 어떤 질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이다. /이은주ㆍ대화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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