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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주식투자 '허리휘청'
입력2001-04-06 00:00:00
수정
2001.04.06 00:00:00
우승호 기자
평균주가 525때 약4,000억 손실연ㆍ기금의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정부 요구대로 주식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말 증시부양책으로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를 발표한 이후 주식순매수가 급증, 연기금의 증시투자 잔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8조원대의 연기금이 대략 500에서 550선에서 주식시장에 투입됐다"며 "평균 주가를 525로 보면 적어도 5%, 약 4,000억원 가량이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올들어 지금까지 2조7,000억원을 주식 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4월에 8,000억원 등 총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기금의 부실 가능성과 유동성 문제, 금리 상승 야기 등 부작용이 가시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손실의 대부분을 안게 될 국민연금의 부실이 예고되고 있다.
증시에 우선 투입되는 공공기금 예탁금의 90% 이상이 국민연금 자금이어서 이 자금이 동원될 경우 부담은 전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이 떠안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또 주식투자 자금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과 같아 자금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사립학교교원연금, 공무원연금 등은 은행에 예치해 둔 여유자금과 투신사 채권형 펀드에 가입해 있는 자금을 우선적으로 해약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채권 매도가 늘어날 경우 금리 상승을 낳고 종국에는 구조적인 자금시장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연기금의 기금운용 자율성과 재무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장기적으로 유동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윤항진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처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우상향 추세에서는 장기적으로 연기금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주가가 사이클을 타고 파동을 하는 경우에는 10년, 20년 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은 커녕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가 떠받치기 용으로 투입된 만큼 이익실현이 어렵고 장기적으로 묶일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연기금의 협조 사인도 맞지 않아 연기금 투자확대라는 부양책이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연기금 운용 담당자들은 지난 달 초 심리적 지지선인 550선이 깨지자 투자결정을 보류하고 때를 기다리며 투자를 쉬고 있다.
국민연금은 3월분 주식투자 자금 3,000억원에 대한 투자시기를 미뤘고 체신예금을 운용하는 정통부도 "당분간 자금집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유보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연기금 투입을 선언해 연기금은 말 못할 고민을 하고 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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