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등에서나 볼 수 있는 20년짜리 본드(장기채권)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1년 미만 채권을 ‘빌(BILL), 1년 이상~10년 미만 채권을 ‘노트(NOTE)’, 10년 이상 채권을 ‘본드(BOND)’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명실상부 ‘본드’라는 이름을 붙일 채권이 나오는 셈이다. 이어 내년 2ㆍ4분기에는 국고채의 원금과 이자를 따로 떼어내 발행하는 ‘스트립(STRIP) 국고채’도 첫선을 보인다. 국고채를 살 수 있는 단위도 1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아져 안정자산을 선호하는 일반 국민의 재테크 대상이 하나 더 생기게 됐다. 재정경제부가 21일 내놓은 ‘20년물 국고채(초장기채) 발행계획’을 보면 당장 내년에 6조6,000억원 규모의 본드가 발행된다. 내년 전체 국고채 발행량(66조4,000억원)의 10%에 이르는 것이다. 3년물과 10년물 발행물량은 각각 5%포인트 줄어 3ㆍ5ㆍ10ㆍ20년물의 발행비중은 25대40대25대10으로 바뀐다. 채권 기준 금리가 5년물로 전환되는 것이다. 금리는 고정ㆍ변동ㆍ물가연동금리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상당 기간 금리 안정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고정금리를 택했다. 다만 금리가 많이 떨어지면 고비용 부담이 생기는데 이는 혈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새 채권이 나와 연기금은 물론 퇴직연금 등으로 장기자산이 많아진 보험사들의 투자대상이 많아졌다. 초장기채 발행에 맞춰 도입되는 스트립제도는 5년 이상 장기 국고채가 대상이다. 거래가 쉽도록 만기가 같은 이자분리채권은 발행일이 달라도 동일한 종목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5년 만기 국고채는 현재 원금과 이자가 붙어 있는 1개 채권이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원금채권 1개와 6개월 단위 만기 이자채권 10개로 나눠 유통해도 된다. 지난 85년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스트립이 가능한 국채 중 실제 스트립되는 비율은 캐나다가 17.7%로 가장 많다. 정부는 특히 일반인들이 시장에 참여하기 쉽도록 거래단위를 현행 100억원에서 일반 회사채처럼 10만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철환 국고국장은 “국채 시장 참여자들이 다양해지고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는 50년물, 일본은 30년물 발행을 각각 추진 중이며 재정적자 확대로 중단한 미국도 내년부터 30년물 발행을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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