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이 한나라당 총선 승리를 계기로 벌써부터 닻을 올렸다. 기업인 출신답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원칙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가 한나라당의 국회의석 과반수 확보에 힘입어 그동안 기업들을 옥죄어왔던 ‘전봇대’ 뽑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첫 정례회동에서 당초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던 출총제 폐지를 다음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능한 빨리 정부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경기 살리기를 위한 기업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했다. ◇출총제 등 기업 규제완화 초읽기 돌입=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함에 따라 지난해 대선부터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는 조기에 폐지될 방침이다. 정부는 당장 5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해 상반기 중 가급적 빨리 출총제를 폐지하고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 지주회사 요건 완화, 중소기업 하도급법 개정 등 기업 관련 정책들을 올 상반기 국회에서 대거 처리할 방침이다. 재계가 핵심 규제로 지목해온 수도권 규제 완화도 대폭 손질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기업친화정책에 고무된 기업들도 오랜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최근 기업 관련 267개 규제를 폐지ㆍ완화해달라는 건의서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했으며 정부도 이 가운데 시행가능한 제안은 실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건수 위주가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규제부터 하나하나 없애 규제완화의 시범 케이스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규제철폐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기업 투자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논란 예상=다만 기업활동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법 개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기업들의 요구가 큰 한편으로 부동산 문제, 지역균형개발, 지방 재정 등 복잡한 문제가 맞물려 있어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토지 이용이나 대기업 규제 등과 달리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 활성화 대책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며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6월 국회에서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의 근거가 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지경부가 취합한 경제단체들의 규제철폐 요구에서도 가장 많은 59건이 공장입지 관련 내용이었던 만큼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마냥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는 정부에 수도권 내 일정량 이상의 공장 건축을 제한하는 공장총량제 폐지,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시설 집적지역의 기업도시 개발 허용 등을 요청하고 있다. 또 다른 논란 대상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문제다. 법무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적대적 M&A 방어수단인 ‘포이즌필(독소조항)’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불거진 적대적 M&A 대책은 새 정부의 친기업 노선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정위ㆍ금융위ㆍ학계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 오히려 투명한 경영활동을 가로막는다는 반대 입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실제 법제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해제 역풍 우려도=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책의 초점이 일부 대기업, 또는 기업이 아닌 ‘기업인’들로 집중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일련의 규제완화로 혜택을 입는 것은 사실상 극소수 대기업 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경제검찰 3인방’으로 불리던 공정위ㆍ금융위ㆍ국세청 등도 새 정부 들어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선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대기업들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인의 공항 귀빈실 이용에 대해서도 ‘친기업이 아닌 기업인 특혜’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각종 규제완화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본격적인 입법절차가 시작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의 선진화이지 무조건적인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주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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