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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하)카드산업은 경제인프라

'IT·유통' 컨버전스 통한 해외 동반진출로 활로 찾아야<br>정부도 외국 금융통신기술표준 채택때 제도적 뒷받침 필요<br> 데이터 마케팅·특화 브랜드까지 갖추면 '규모의 열세' 만회




"카드산업은 미래 신용경제 사회로 나가기 위한 기초 인프라입니다. 이제는 이 인프라를 통해 경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카드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탁승호 한국지급결제학회장) 카드산업이 또 한 차례 재도약을 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 안으로는 내수시장을 한층 고부가가치화하고 밖으로는 해외 경제영토를 넓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나면 해외 카드시장으로의 진출을 다시 도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카드산업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카드산업은 내수시장 규모나 마케팅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지만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맞서야 하는 탓이다. 지난해 말 국내의 한 은행계 금융그룹은 은밀히 중국에 파견했던 인력을 철수시켰다. 현지 카드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쌓기 위해 사무소를 설립해 사업준비작업 등을 진행하려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당분간 중국 진입을 포기한 것이다. 이 그룹은 대신 동남아시아 등을 비롯한 다른 신흥경제국가에서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카드사를 계열사로 둔 다른 그룹들도 비씨카드 외에는 대부분 중국으로의 카드사업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내 카드발급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과 해외업체들의 시장공략 상황을 감안하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05년 9월 현재 중국 내 카드발급 수는 9억2,000만장(직불카드 포함)에 달한다. 2005년 이후 중국에서 나온 정확한 통계가 없어 현재의 카드발급 수를 추산하기 어렵지만 최소 15억~20억장은 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OTRA의 중국 칭다오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비자ㆍ마스터 등 해외의 메이저급 카드사들은 중국시장 점령에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카드 1장당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은 기존 수십위안이던 것이 수백위안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칭다오 무역관은 보고했다. 우리 카드사들은 글로벌 카드사들의 전쟁으로 한층 높아진 진입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컨버전스가 정답이다=일본의 대형카드사인 JCB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아직 세계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그친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가맹점 네트워크 규모가 비자ㆍ마스터와 같은 선발 카드사에 비해 열세라는 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산업은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카드사들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바로 이것이다. 당장 글로벌 카드사들의 네트워크와 맞먹는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길이 없을까. 아니다. 분명 길은 있다. 규모의 경쟁력을 대체할 대안을 찾으면 된다.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컨버전스(convergence), 데이터 마케팅, 특화 브랜드'의 3박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컨버전스(기술융합)는 카드산업이 정보기술(IT), 유통산업 등과 융합해 한 차원 진화한 금융 비즈니스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카드사가 ITㆍ유통회사들과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을 동반 개척하면 규모의 경쟁력에서 열세인 상황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승호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이종 산업 분야 간 금융기술통합이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며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ㆍ교통카드ㆍCMA신용카드와 같은 서비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신용카드도 이 같은 IT를 기반으로 해외에 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금융네트워크와 인터넷ㆍ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통신네트워크, 백화점ㆍ할인점 등을 포괄하는 유통네트워크가 결합하는 컨버전스를 통해 카드산업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비자카드ㆍ티모넷ㆍ한국스마트카드사와 손잡고 해외시장에서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카드가 최근 SK텔레콤과의 합작협상을 본격화하고 있어 그 성패에 따라 컨버전스 카드산업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신한카드 역시 KTF와 제휴해 모바일카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모바일카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 컨버전스를 통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베트남 진출시 현지 결제시장까지 함께 선점하기 위해 먼저 국내에서 카드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문제는 컨버전스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이 민간사업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특히 IT를 기반으로 한 카드사업은 데이터전송과 같은 통신금융기술에 관한 기술표준이 진출국가에서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술력이 사장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컨버전스 금융사업 개척에서 승산이 있는 주요 국가들을 선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탁 회장은 "세계적으로 금융통신기술표준을 놓고 민간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히 신용카드와 같은 지급결제산업이 통신기술과 결합해 해외로 진출하려면 현지에서 금융결제인증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한국 카드마케팅은 세계 최강" 이종산업과의 제휴 통한 할인·포인트적립등 혜택 고객층 세분 특화서비스 외국계 카드도 벤치마킹 "한국 카드사들의 마케팅 능력은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놀라워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벤치마킹 사례로 삼기도 합니다." (비자코리아의 한 관계자) 우리 카드산업의 마케팅 능력은 세계 정상급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카드발급 수는 9,624만장으로 전년보다 7.5% 증가했다. 이는 경제인구 1인당 평균 4장씩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인구 1인당 평균 카드 수도 지난 2000년 2.6장에서 지난해 말에는 4.0장으로 늘었다. 그만큼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국내 카드마케팅은 포인트 제도, 충성고객에 특전을 주는 로열티 프로그램, 각종 할인 서비스, 이종 산업과의 제휴, 여성 마케팅, 인터넷 마케팅, 상류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에 따라 세분화됐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들 마케팅을 다양하게 혼합해 제공하는 파생형태로까지 마케팅 수준이 진화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마케팅의 꽃으로 떠오른 것은 제휴 마케팅이다. 각종 생활서비스 업체들과 손잡고 할인, 포인트 적립, 경품제공, 특별 이벤트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준이 회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족집게 마케팅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이 잦은 고객에게는 해외여행 관련 특전을, 교육비 지출이 많은 고객에게는 교육비 절감 서비스 등을 부가로 제공하는 형태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족집게 마케팅이 가능한 것은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킨 덕분이다. 카드사들은 CRM을 통해 고객을 카드실적에 따라 분류하고 이렇게 분류한 고객층을 또다시 선호 서비스별로 분류(예를 들어 할부 선호고객, 일시불 선호고객 등)한다. 카드사들은 아울러 각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 이용도가 높은 서비스에 가중치를 부여해 포인트나 할인 등의 혜택 부여량을 조절하는 등 마케팅전략이 완전히 통계화돼 짜여진다. 이 같은 마케팅능력은 해외진출시 제휴 파트너를 만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같은 신흥경제국가들의 은행들은 고객관리기법이 뒤처져 선진국 금융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노하우를 배우는 데 한창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마케팅이 주로 할인, 무이자 할부와 같은 분야에 편중돼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를 스스로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후생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과다한 부가서비스 경쟁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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