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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용전략 방향과 과제] 특별대담

"틈새산업 키워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br>노동 유연성 위해 변동임금제등 활성화 필요<br>여성 출산후 직장복귀 보장·승진 불이익 없어야<br>산업·복지정책 연계 종합적 고용정책 마련할때

송위섭

리처드 프리먼


고용 없는 성장과 사회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등이 21세기를 맞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고속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국가 전반을 포괄하는 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중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고용전략 마련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고용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송위섭 대통령 자문 사람입국일자리위원장의 특별 대담을 통해 한국형 고용전략 수립 방향과 해결 과제 등을 모색해본다. ▲송위섭 위원장=세계화가 심화되고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으로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노동시장을 둘러싼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세계화라는 외부 환경변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력의 약화, 저출산ㆍ고령화 문제, 선진화가 필요한 노동시장 법과 제도, 관행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고용의 위기’‘노동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단편적인 노동공급 중심의 좁은 고용정책에서 벗어난 경제ㆍ산업정책, 사회복지정책과 연계한 종합적인 고용전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프리먼 하버드대학 교수=현재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두 가지 가운데 첫째는 최근 세계경제에 편입한 중국과 인도의 노동력 규모입니다. 제가 ‘거대한 배가(Great Doubling)’라고 칭한 노동력 증가가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동시에 전 세계 노동력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양국 특히 중국에서 고학력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저임금의 다인구 국가와 교역을 벌여 이득을 얻었지만 중국, 인도와의 교역은 이와 다릅니다. 양국은 고학력 노동력과 노동력의 규모 자체로 첨단기술 부문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습니다. 고용 및 노동정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틈새(niche) 산업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자본과 고학력 체제는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류 기업들이 다른 나라와 달리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송=이제 한국도 ‘양적 투입을 통한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주도형 성장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국과 한국이 각기 특정 산업을 분담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각 산업 내의 가치사슬 즉 연구개발(R&D)-조립-마케팅-물류 가운데 어떤 부분을 한국이 담당할 것인가 하는 ‘산업내 분업’으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인적자원을 개발ㆍ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 근로자의 직무관련 평생학습참여율은 2004년 현재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또 대기업ㆍ정규직과 중소기업ㆍ비정규직간 직업능력개발 기회의 격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능력개발의 격차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프=한국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낮은 한 가지 이유는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서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도적 조치를 통해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 별도의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인터넷이나 CD 등을 이용해 집에서 학습하고 주 1~2회만 교실 수업을 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근로자훈련계좌제’ 같은 프로그램은 긍정적으로 생각됩니다만 근로자에게 이용 정보 및 조언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노사공동 직업훈련이 미국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고의 기능인은 노조 견습제를 통해서 양성됩니다. 영국의 경우 각 사업장, 특히 대기업에서는 노조나 기업의 간부가 학습담당관이 되어 근로자 훈련 관련 업무 및 개인별 훈련 계획 수립을 담당합니다. 근로자가 훈련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며, 이러한 관심을 통해 노조의 공격성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노사관계가 적대적이었으므로 이러한 제도를 통해 노조에 건설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송=세계가 단일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을 지원하는 유연성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이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 상황에서 강력한 고용보호법제만을 바탕으로 하는 정태적인 고용안정성은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저하하므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단지 현재 일자리 안정만 따지는 것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내 동태적인 안정성으로 관점이 전환될 때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가 가능해집니다. 튼튼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개인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원활한 노동이동을 지원해야 합니다. ▲프=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변동임금제와 기업 성과에 대한 이익공유제의 확대입니다. 97~98년의 외환위기로 고용보호 법규가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이직률과 노동이동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과 기타 부문의 분리에 있습니다. 두 부문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국에도 상여금과 같은 성과급이 있지만, 이익공유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가 닥칠 때 임금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일자리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임금유연성이 증가되며 이는 바람직합니다. 중요한 것은 OECD 수준의 유연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한국적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경기가 살아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송=저출산ㆍ고령화는 한국이 당면한 또 다른 문제입니다. 최근 세계 선진국 모두가 고령화 대책 마련에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은 저출산ㆍ고령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2017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합니다.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는 사회부양비 증가, 노동공급 감소 등으로 성장잠재력을 하락시킬 수 있습니다. ▲프=여성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취업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육아 수당, 자녀 수당 등을 지급, 출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만, 프랑스 등에서 미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육아와 가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일하는 엄마, 아빠의 근무시간에 맞춰 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이 길면 육아 및 출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그 반대로 여가시간을 늘리면 더욱 가정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출산 휴가 뒤 직장 복귀가 보장되고 승진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여성의 출산이 없다면 사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한국의 남성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송=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의 감소,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노동이동의 증가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사업을 통해 공공직업안정기관인 ‘고용지원센터’의 기능이 많이 강화되었습니다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최근에 미국을 방문했는데 공공고용안정서비스가 연방 차원 뿐 아니라 주와 시 차원에서도 모두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지역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잘 연계돼 지역 수요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도 매칭펀드 방식 등을 통해 지역의 국가고용안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연계해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초기단계지만 강구되고 있습니다. ▲프=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이후로 ‘민간산업협의회’가 구성돼 지역 차원의 고용지원서비스 제공에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차원의 노력은 지역 기업의 관심과 시민의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대상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 근로경험이 없고,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우며, 취업에 적합한 지식과 훈련경험이 없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싱글맘들에게는 효과가 컸지만 근로경험이 많은 40~50대의 남성 공장 근로자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른 중요한 점은 민간부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민간부문이 더 실적이 좋습니다. 민간의 경우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하는데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직 및 훈련 정보를 얻으며, 훈련이 가능한 대학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있습니다. ▲송=한국의 경우 제대로 된 고용지원서비스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공부문도 아직 시작단계이고, 민간부문의 경우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공고용지원서비스 수준을 끌어 올리면서 민간의 역량 강화를 함께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서비스업, 건설업 등은 아직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인력이 채용되고, 이것이 각종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인 비공식 고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리먼교수께 한국 노동시장 문제에 대해 권고하실 게 있는지 부탁 드리겠습니다. ▲프=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관련해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국 노사정위원회가 강성 노조로 인해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사협력은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형성돼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효과를 거둔 이익공유제입니다. 영국은 변동임금제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변동임금은 성과에 의해 결정되므로 노조는 실적이 낮은 근로자를 비난하는 대신 실적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 집단 인센티브를 높이고자 애씁니다. 유럽대륙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이익공유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은 오늘날 노사 공동의 관심사입니다. 노사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송=지금껏 논의한 많은 문제들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안과제들입니다. 한국보다 앞서 노동시장 문제를 고민한 OECD와 유럽연합(EU)의 경우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영, 상품시장ㆍ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ㆍ산업ㆍ고용ㆍ사회복지정책을 종합한 고용전략을 마련,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고용 문제는 어느 한쪽의 정책영역에만 속하는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저희 사람입국ㆍ일자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한국 실정과 여건에 맞는 ‘한국형 고용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한 거시ㆍ미시적인 분석과 전망, 이를 바탕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창출, 노동시장 구조개혁, 고용친화적 사회안전망 구축, 타깃계층별 고용전략 등에 대한 경제ㆍ산업정책, 고용ㆍ복지정책 수단 등을 포괄적으로 담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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