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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SM5 성공신화 '車업계 히딩크'지난 3일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방문한 부산 신호공단의 르노삼성 생산공장은 축제의 현장처럼 들썩였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한지 꼭 21개월 만에 마련된 이날 행사는 새 모델의 승용차 'SM3' 양산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기존 신차 발표회와는 달리 르노삼성은 판매 2달 전인 양산단계에서 SM3를 공개했다. 세부 조정과정이 필요한 양산단계에 신규 모델을 드러내는 것은 경쟁 상대방에게 앞으로 시작될 마케팅 경쟁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시작하는 게임과도 같은 것. 그만큼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는 SM5로 중대형차 시장 30%를 점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이 이젠 준중형차 분야에서 그 돌풍을 이어 가겠다는 야심도 깔려있었다. 제롬 스톨 사장은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거스 히딩크와 닮았다. 지난 2000년 9월, 수술대에 올랐던 르노삼성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그의 경영 수완에 세간의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낯선 외국인 CEO에 대한 곱지않은 편견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SM5 2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며 우려의 눈길을 완전히 씻어 냈다. 중대형차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며 자신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는 사실 한국에 오기 전인 지난 83년, '벌리엣 나이제리아'라는 르노 상용차 부분 자회사 사장을 맡아 부도의 벼랑 끝에 몰렸던 회사를 기적적으로 회생시켰던 전력을 갖고 있었다. 참석한 기자단이 히딩크감독과의 유사점을 비교하자 그는 마찬가지 논리로 말머리를 '붉은 악마' 이야기로 돌렸다.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도 돋보였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국 국민의 힘이었어요. 붉은 악마와 4,700만 한국인의 열정이야말로 4강 신화의 진정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한명의 CEO가 내세우는 경영 원칙보다는 직원들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르노삼성의 성공은 기업이 하고자 하는 것과 원하는 목표를 사실 그대로 보여주며 근로자들의 힘을 한데로 모은 결과입니다. 경영자의 경영기법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다 함께 가자는 직원들의 의지가 이 같은 성공으로 이어졌던 거지요." 르노삼성을 이끌며 그가 내세운 원칙은 고객중심, 최적의 효율성, 글로벌 현지화였다. 특히 그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는 현지에서 필요한때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르노삼성은 특히 글로벌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SM3은 127개의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는 데 이 가운데 109개가 국내 협력업체, 18개가 해외 업체입니다."국내 토착화는 물론 전 세계 파트너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융화하려는 노력의 흔적이다. 르노삼성은 SM3 모델이 일본 및 유럽 시장에서 출시한 후 호평을 받은 닛산의 블루버드 실피(Bluebird Sylphy)와 생산라인(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다른 차종과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절감된다는 혜택이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플랫폼 공유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어요. 그 효과가 고객에게 그대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는 SM3가 닛산의 블루버드실피와 닮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1,500cc급 준중형차로는 처음 사이드 에어백을 장착해 안전에 더 많은 배려를 했으며 세련된 인테리어를 통해 고급 승용차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것.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수출 계획도 잡혀 있다. 르노-닛산과 수출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며 타깃 지역은 중남미, 중국, 중동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자신감은 르노삼성의 흑자 전환시기에 대한 예상으로 이어진다. "르노삼성 중기 계획에 따르면 2004년에야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봤는데 그 시기를 훨씬 더 당길 수 있을 겁니다. 모르긴 해도 이르면 내년에는 흑자기업으로 돌아서지 않을까요. 어쨌든 2004년 이전은 확실합니다." SM3로 르노삼성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려는 그의 당찬 포부가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원 포인트 스피치 "투명성은 여전히 기업의 키워드." 그는 투명성을 기업의 경영 원칙 가운데 최고로 꼽는다. 출범 2년이 채 안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르노삼성의 현지화 노력도 한몫 했지만 모든 것을 직원과 함께 공유하고 숨기지 않는다는 투명성의 원칙이 바탕이 됐다. 특히 SM5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투명성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직원은 물론 고객에게 확실히 심어준 덕택이라는 설명. 그는 "히딩크 감독이 투명성을 바탕으로 철저히 실력에 의해 23명의 대표를 선발했던 것이 결국은 신화 창조로 이어졌다"며 "가장 단순한 투명성의 원칙을 실제로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가 기업의 장기적인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제롬 스톨 사장은 파리 그랑제꼴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80년 르노상용차 재무담당으로 일했으며 83~87년 르노 상용차부문 자회사인 벌리엣 나이제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88년 르노 오토메이션의 최고재무담당자를 거쳐 95년에는 르노 구매담당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 2000년 9월 르노삼성차가 출범하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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