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소비에트연방의 총리를 지낸 예브게니 막시모비치 프리마코프는 현대 국제 정치의 거물이다. 그는 옛 냉전 시대부터 최근까지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조언가로 혹은 협상 담당자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프리마코프는 이 책에서 자신의 국제 정치 활동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국제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테러리즘을 심도 있게 해부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2세를 살해한 암살단을 조직한 젤랴보프와 페로스카야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오스트리아 대공 프란츠 페르디난드 저격 사건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 피살 ▦이스라엘 라빈 총리 암살 등. 저자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뤄진 테러의 질적인 진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는 9ㆍ11 사건과 같은 가장 잔인한 형태의 테러리즘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리마코프는 20세기 후반부 들어 테러는 좌파 극단주의자들이 자본주의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고 테러가 민족의 틀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9.11 사건의 경우 현대 테러리즘의 새롭고 더욱 위험해진 면모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간주한다. 이 책이 주는 묘미는 서방인의 시선이 아닌 구 공산권 토양에서 성장한 정치인의 시각에서 테러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게 테러에 관한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왜곡해 받아들여서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은 다른 외교정책 노선에 따른 러시아의 적극성을 미국과의 접근 정책의 대안이라고 보지 말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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