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 페트롤리엄사의 사상 첫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인수과정과 인수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적대적 M&A에 나선데다 규모 또한 사상 최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석유공사가 석유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M&A가 필요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적대적 인수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다나 인수 케이스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석유회사 M&A 전문가는 "이번 케이스가 공기업이 적대적 M&A에 나서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석유회사는 매장량 등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M&A, 이사회 반대로 주주들에게 직접 제안=석유공사는 지난 6월17일 다나 이사회에 주당 17파운드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다나 주가는 11.07파운드로 석유공사는 53.6%의 프리미엄을 얹었다. 7월2일 석유공사가 다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17.36% 오르며 14파운드를 넘어섰다. 다나 이사회는 두 달 뒤인 8월12일 가격이 낮다며 매각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18파운드로 가격을 높여 제시했지만 이사회는 이번에도 거부했다. 석유공사는 결국 이사회가 아닌 주주들의 평가를 받겠다며 8월20일 공개인수를 선언했다. 김성훈 석유공사 부사장은 공개인수 제안서에서 "다나 이사회가 반대해 이사회가 아닌 주주들에 직접 제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적대적 M&A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12년까지 하루 생산량 30만배럴, 보유량을 20억배럴로 높여야 한다"며 "적대적 M&A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수가격, 잠재성에 대한 확인이 관건=석유공사와 다나 이사회가 제시한 다나사의 적정가치는 최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유전회사는 성공확률과 매장량ㆍ유가에 따라 자산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나 이사회는 선코 인수로 주당 가치가 1.5파운드 높아지고 개발ㆍ탐사 중인 유전의 성공확률이 10% 높아지면 주당가치는 11파운드, 유가가 20% 오르면 7.78파운드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나 이사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나 이사회의 주장과 달리 일부에서는 석유공사가 제시한 프리미엄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다나 주가는 2008년 5월 중순 유가가 급등하면서 19.65파운드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석유공사가 인수에 나서기 전까지 11파운드 안팎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18파운드가 다나의 생산ㆍ개발ㆍ탐사 광구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를 충분하고도 공정하게 반영한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한 석유회사 M&A 전문가는 "주식시장을 보면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를 크게 밑도는 회사들이 많다"며 "결국은 미래 성장성, 잠재적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인데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나는 석유공사의 올해 첫 M&A 회사로 석유공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 인수에 적극적이었다"며 "다나 인수의 성공 여부는 경영권 장악이 아니라 인수가격에 걸맞은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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