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 대응하고 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업적 거래에서 매도자(론스타)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정적으로 나오지 않아 난처한 상황”이라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이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감안해 마련하고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이 원천 무효로 될 경우 ▦론스타가 은행법에 따른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경우 ▦론스타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경우 등으로 요약된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은행이 본 3가지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까지를 상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높다. 론스타가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2003년 외환은행 인수의 합법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23일 국민은행과 체결한 우선협상이 본계약으로 순탄하게 연결되는 경우는 더 말할 나위 없이 현재의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 무효로 결론나는 상황. 이 경우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지난달 23일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성사시킨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잃게 된다. 외환은행 인수를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하려던 국민은행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대로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경우 국민은행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법에 의해 6개월 안에 론스타의 지분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지분(40.53%)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정지원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은 “현행 규정상 금감위는 추가보유지분 매각에 대한 처분명령권한만 있을 뿐 매각대상과 방법을 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론스타가 원하는 상대에게 주식을 기간 내에 팔면 되므로 론스타와 국민은행이 맺은 ‘우선협상자’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더 신속하게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번째 시나리오, 즉 론스타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세금을 추징당하는 경우 국민은행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론스타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만큼 기존 매각일정 안에서 주식매매계약(SPA)이 이뤄지게 된다. 국민은행은 누차에 걸쳐 정부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세금과 관련한 대납 요구 등이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당국이 과세를 위해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할 경우 국민은행이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2003년 매각이 원천 무효로 돌아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외환은행 인수가 우여곡절은 있을지언정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국민은행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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