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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 對 피고소인’ 동원회장-김경재 설전
입력2004-02-13 00:00:00
수정
2004.02.13 00:00:00
범기영 기자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는 모처럼 청문회다웠다. 민주당은 굿머니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증인들은 공격적인 답변 자세로 분위기를 달궜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오후 청문회에서 얼굴을 붉히며 언쟁에 가까운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이 동원과 썬앤문 그룹의 관계를 추궁하자 김 회장은 "청문회는 듣는 자리인데 왜 피의자처럼 모느냐"고 거칠게 맞받았다. 동원 측에 30억원의 소송을 당한 김 의원은 `국정원 간부`가 제보자라고 주장했지만 입증 자료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
이날 `스타`는 굿머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진희씨였다. 김씨는 굿머니와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의 관계에 대해 "신 의원의 이름을 분명히 들었다" "위에서 돕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 "알아도 말할 수 없다"는 등의 능수능란한 답변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씨의 자세한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민주당 관계자는 "1973년생으로 제과점 주인을 하다 사건이 터지기 2년전 쯤 김영훈 굿머니 회장과 알게 돼 명의대여자 모집 부문에서 일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86실세 이광재 씨는 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캐묻자 도표를 들이대며 "노 대통령은 2001년 8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12번이나 카드 대금을 연체할 만큼 깨끗하다"면서 `주군(主君)`을 적극 옹호했다.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그는 이종걸 최용규 의원이 전과 등을 문제 삼자 "청문회가 증인의 개인 비리를 캐는 자리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증인들은 청문회장을 나서면서 "바쁜 사람을 오라고 해 종일 기다리게 하더니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의 충돌로 막을 내렸다. 우리당 이종걸 의원이 "스스로 능멸 당할 일을 했기 때문에 증인들에게 능멸 당한 것"이라며 청문회와 동료 의원들을 싸잡아 폄하한 게 발단. 민주당 함승희, 김영환 의원 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고 김경재 의원은 "불법 자금 쓰고, 영수증 안 쓴 것 알면서도 말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고 고함쳤다.
<범기영 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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